아직도 키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한국농구의 최대 기대주 하승진(18·삼일상고2). 그가 계획대로 내년 미국프로농구(NBA)에 국내선수 최초로 진출한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진행형인 하승진의 앞날이 NBA 역대 장신 선수들의 실패 사례와 맞물려 농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뒤꿈치 들면 림에 손 닿아
당초 218㎝로 알려졌던 하승진의 키에 대해 아버지 하동기(45·205㎝)씨는 최근 "맨발상태로 측정한 결과 1년 사이에 5㎝가 더 자라 현재 223㎝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장 NBA에 데뷔해도 숀 브래들리(229㎝·댈러스 매버릭스)와 야오밍(226㎝·휴스턴 로케츠)에 이어 랭킹 3위에 해당한다. 게다가 NBA 선수들의 키는 운동화를 신고 측정한 수치여서 하승진은 적어도 225㎝이상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하승진이 야오밍이나 샤킬 오닐(216㎝·LA레이커스) 같은 빅맨들과 부딪히며 세계적인 스타로 크기 위한 승부는 이미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몸무게가 140㎏인 하승진은 골밑 몸싸움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무릎 등 부상관리에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 하승진은 무릎 부상으로 지난해 열린 아시아청소년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었다. 김인건 전 안양SBS감독은 "NBA는 성급하게 문을 두드렸다가 미흡한 실력이 드러나면 다시는 재도전하기 힘든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서 2∼3년 충분히 체력훈련과 스피드 보강을 한 뒤 진출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하승진을 고교 1년때부터 지켜본 김 전 감독은 그러나 "치밀한 준비기간을 거치면 야오밍을 능가하면서 한국농구의 역사를 다시 쓸 재목감임에 틀림없다"고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꺽다리들 대부분 신통치 않아
하지만 NBA 역사를 돌아본다면 223㎝의 키가 보장하는 것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NBA에서 활약했던 선수중 223㎝(7피트4인치)를 넘었던 선수는 야오밍까지 모두 9명. 야오밍처럼 큰 키에 대한 기대감으로 드래프트 당시 앞 순위의 지명을 받았지만 대부분 성적표는 초라했다. 스피드가 떨어지고 하체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1988년 인디애나 페이서스에 전체 2순위로 지명된 릭 스미츠가 12번의 시즌동안 단 1번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유타 재즈에서 2차례 수비왕에 오른 마크 이튼이 눈에 띌 뿐이다. 93년 화려하게 입성한 현역 최장신 브래들리는 11번의 시즌을 치뤄 오다 올시즌에서야 리바운드 40위(6.9개)에 오른 것이 최상의 성적이다. 야오밍의 활약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ESPN은 야오밍이 이전에 선보인 8명의 매머드 센터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숙련된 기술과 보기 드문 민첩함, 뛰어난 슛감각을 지녔으며 13억 인구에서 나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야오밍은 국가대표로 아시아농구선수권(ABC)대회나 세계선수권에 출전, 서구의 2m대 장신들과 몸싸움을 벌였던 많은 경험이 NBA 데뷔에 큰 재산이 됐다는 평가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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