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철로에서 침목 교체작업을 하던 인부 7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이날 사고는 철도당국과 시공업체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발생 15일 오전 1시께 전북 정읍시 감곡면 호남선 감곡역 부근 고성천 교량위 하행선에서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나일문(44·인천 부평구 부개동)씨 등 인부 7명이 광주발 서울행 465호 무궁화열차(기관사 박원석·43)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는 상행선을 달리던 열차가 김제-부용역에서 상행선 선로 보수작업(오전 0시30분∼4시30분)이 진행되자 사고 지점에서도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신태인역-부용역 구간에서 하행선으로 바꿔 주행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부상을 당한 배창기(43)씨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같은 시간대에 하행선에서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상행선 선로로 빠져 나갈 줄 알았던 열차가 하행선으로 진입해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사고원인 당시 인부들은 작업 시작 예정시간(오전 3시20분)보다 2시간 이상 이른 0시50분께 현장에 도착해 준비작업을 했다. 그러나 인부들의 소속 회사인 D철도주식회사는 작업예정시간보다 1∼2시간 일찍 준비를 하는 것이 오랜 관행이라며 이를 철도청에 알리지 않았다. 철도청 관계자는 "시공회사에서 작업을 앞당긴다는 연락이 없어 이 구간에서 작업이 실시되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철도청측도 사고 구간에서 거의 매일 작업이 이뤄져 상하행선이 번갈아 운행되는 상황인데도 이날 D철도주식회사에 역주행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D철도주식회사 관계자는 "김제―부용간 작업으로 인해 이 구간에서 열차들이 하행선으로 운행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사 전북 정읍경찰서는 역주행을 지시한 철도청 순천지역사무소 운전사령실 관계자들을 소환해 역주행 지령이 선로보수 공사장의 현황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여부를 추궁 중이다. 또 D철도주식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침목 교체작업을 예정보다 앞당기고도 이를 신태인역에 알리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집중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공업체가 작업 준비 사실을 알리고 철도청이 상행열차의 역주행 사실을 통보했으면 이 같은 원시적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읍=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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