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길목에서 물빛은/허만하
지난해 모래사장에 벗어 던진
무수한 발자국들을
말끔히 지우고 있는 밀물 소리
한 젊은이가
육지와 바다의 경계선을 밟고 있다
순간마다 자리를 옮기는 경계선
해운대 아침 바다 물빛이 머금는
불영사 계곡 소나무 살갗 빛
몸 안에서 울어나는 맑은 홍색
농도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엷은 금빛이 배어 있는 홍색
시대는 변하는 것을 노래한다
노회한 문법을 거부한다
찬바람이 머금고 있는 매화의 숨결
수평선 위에 떠오른 섬 같은 유조선 한 척
계절보다 천천히 흐르고 있다
시인의 말
정갈한 겨울바다 물빛이 철 따라 미묘하게 변하던 울진 불영사 계곡 춘양목 줄기 빛깔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순간을 보았다. 그것이 올해의 첫 봄빛이었을지 모른다.
● 약력
1932년 대구 출생 경북대 의대 졸업 시집 '해조'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산문집 '부드러운 시론' '낙타는 십리 밖 물냄새를 맡는다' '길과 풍경과 시' 등 박용래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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