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비밀지원 의혹 해명이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수사유보를 철회할 정도의 사안이 제기되진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조계는 국민여론과 정치권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검찰은 대체로 정치권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수사 재개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대통령의 직접 해명으로 의혹의 상당 부분이 해소된 것 아니냐" 며 "실정법 위반 문제와 남은 의혹은 국회에서 우선 논의해야 한다" 고 말했다. 수사팀인 서울지검 형사9부 관계자는 "대통령 담화는 수사유보 결정의 배경이 됐던 정치권 차원의 해결 과정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 며 "현재로서는 수사를 재개할 별다른 계기가 없는 것 같다" 고 전망했다. 다른 간부는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밝혀진 만큼 이제는 '정의'보다는 급박한 한반도 정세와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며 '수사불가'에 무게를 뒀다. 한 중견 검사는 "시기적으로나 국민신뢰 면으로나 수사를 해도 검찰보다는 특별검사가 더 효과적일 것" 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논평을 통해 "문제의 정치적 성격과 함께,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회가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특검은 그 다음에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 송금 경로와 용도 등으로 의혹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했다. 대한변협은 성명서에서 "실체적 진실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다"며 "사법적 절차를 통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없이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지검의 일부 소장 검사들은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을 따라가는 해명에 불과했다"며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 제2, 제3의 해명 사태가 오지 않겠느냐" 고 우려했다. 한 검사는 "현대가 7대 사업 독점을 위한 '권리금'으로 송금한 5억 달러와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성'과의 연관성 문제가 불명확하다" 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해명으로 드러난 사실에 실정법을 적용할 경우 관련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 죄, 환전과 송금과정에서 빚어진 외환관리법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가 우선 적용될 수 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 현대의 분식회계 및 배임 여부도 논란거리다. 김 대통령은 논외로 해도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등 현대와 금융권 인사, 임동원 특보 등이 사법처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지법의 한 중견판사는 "사법처리야 가능하겠지만, 실정법 자체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며 "이번 일은 법의 잣대보다 더 넓게 볼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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