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대북비밀지원 의혹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본 시민과 시민단체들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많은 네티즌들은 '노벨평화상은 사기극', '맹목적 퍼주기의 전형' 등의 격한 표현으로 불만을 드러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따른 불가피한 처사"라는 동정론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통령의 직접해명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남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시민, 시민단체 반응
TV로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현대가 북한에 제공키로 한 돈이 5억달러"라는 발표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대구에서 상경했다는 정태환(鄭兌桓·61)씨는 "북한에 비밀리에 송금해 준 적이 없다던 정부가 국정원의 송금편의까지 지원해 줄 정도로 깊숙히 개입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오모(23·중앙대3)씨는 "남북대치 상황을 유화시킨 햇볕정책의 성과를 인정하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국민적 합의 없이 대준 것은 절차상 문제가 많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진상 해명을 촉구하면서도 남북관계 경색 가능성을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수개월 간 논란을 일으켰던 대북송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용처와 송금과정은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지적하고 "특검제 등 사법적 수단 동원 여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의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국민적 의구심이 여전해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남북화해를 위한 대북지원의 필요성까지 부정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네티즌 격렬한 논쟁
이날 오전부터 청와대(www.cwd.go.kr)와 각 언론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글이 쏟아졌고 대통령의 통치행위 및 대북지원의 정당성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도 벌어졌다. 'softtea'라는 ID의 네티즌은 "비밀리에 지원된 거액이 김 대통령의 업적 쌓기용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또한 "대통령이 실정법을 위반했는데 나라의 기강이 서겠는가(ID 참시민)", "천문학적 액수가 불법송금 됐는데 고위층의 나눠먹기인들 없었겠느냐(ID 냉무)"는 식의 성토가 잇따랐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국익이 우선인만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하고 "과거 동독에 수많은 지원을 했던 독일의 경우에서 보듯 길게 보면 통일을 향한 '통과의례'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또한"투명한 대북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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