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대여권 도입문제가 올해 만화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만화시장 침체의 주범으로 수년간 지목되어온 만화대여 문제를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대여권 도입을 만화판매시장 활성화의 핵심으로 보고 올해 안에 이를 마무리할 방침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출판만화산업 중장기발전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대여권 도입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가을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화대여권은 음반처럼 만화책을 만든 만화가나 출판업자에게 대여를 허락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만화책이 대여 될 때마다 일정한 사용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현행 저작권법은 지적 창작물의 대여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판매용 음반에 한해 이를 인정하고 있어, 노래방에서 고객이 노래 한 곡을 부를 때마다 사용료가 부과된다.
만화대여권 도입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IMF이후 도서대여점이 급증하면서 독자들이 만화책을 사서 보는 대신 빌려보는 문화가 정착됐고, 이로 인해 판매시장이 위축되면서 만화 창작이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 실제로 2002년 만화시장은 만화출판 1,565억원, 대여 5,140억원, 판매 723억원, 온라인 169억원 규모로 추산돼 대여시장이 비대한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만화가들이나 출판업계, 만화 마니아들은 이같은 시장구조에서는 만화 창작자가 가져야 할 이익이 대여점으로 돌아가 만화 창작이 오히려 타격을 입고 있으므로 대여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티렌드'(antilend) '자검댕'등 만화사이트 게시판에도 대여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만화대여권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책 대여권에 생소한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 외국에도 책에 대한 대여권을 인정하는 사례가 없어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 대여권의 범위, 만화가와 출판업자간의 이익 배분, 대여료 산정을 위한 전산화작업 등 풀어야 할 쟁점들이 많다. 대여권 도입이 대여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대여점업계의 반발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만화계는 그러나 이같은 난점들에도 불구하고 대여권 문제가 만화산업 활성화에 관건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입법작업이 급 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화동호인 웹사이트 '만화인'지기 서찬휘씨는 "대여시장에는 50년간 만화계를 지배해온 유통망 등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있다"면서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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