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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선자에게 바란다-해외전문가 7인 릴레이기고]<1>도널드 그레그 前 주한 미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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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당선자에게 바란다-해외전문가 7인 릴레이기고]<1>도널드 그레그 前 주한 미국 대사

입력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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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해외 석학과 한반도문제 전문가 7인이 노 당선자에게 보내는 조언을 연재한다. 한반도 사정에 정통한 이들의 조언은 대통령 취임 후 노 당선자가 북한 핵 문제와 한미관계 재정립 등 당면 과제를 풀어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북한에 대한 많은 분석을 보고 읽었지만 어느 것도 북한 내부에서 대외정책의 영향력과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지난해 4월과 11월 평양에서 20시간 동안 북한의 군사·정치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관찰한 바를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중국 러시아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과 꾸준히 나눠온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말하고자 한다.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과 그를 둘러싼 소수의 지도부는 북한을 좀 더 개방하고 정상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주변국들과 경제교류를 점차 늘려가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정일은 러시아 중국 한국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자신의 목적을 일관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북한 군부는 개방 확대로 인한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이 같은 계획에 참여하길 꺼려왔다. 이 때문에 김정일은 '선군(先軍) 정책'을 유지해왔다. 자원배분이나 수사적 표현 등으로 군을 우대함으로써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다. 새로 드러난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은―이 프로그램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아마도 그 같은 정책의 극단적 예일 것이다. 2000년 10월 김정일은 조명록 차수를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에 보냈다. 당시 미국과 북한은 공동성명을 통해 상호간에 더 이상 적대적 의도를 품지 않으며, 양국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후 북한은 그 성명을 재확인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재확인을 받지 못했고 이는 북한 군부로 하여금 부시 행정부에 대한 두려움과 의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도가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일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지만 워싱턴에서 나온 다른 거친 발언들은 부시의 메시지가 갖는 의미를 반감시켰다.

북한의 신경을 건드리는 또 다른 요소는 1994년 위기에 대한 기억과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미 국방부에 의해 선제공격 대상으로 분류돼 있는 7개국에 북한이 포함돼 있다는 점,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준 미군의 첨단 화력, 미국의 이라크 전쟁 준비 등이다.

북한 군부의 미국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는 이러한 점에서 쉽게 진정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일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북한 군부는 핵무기가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항해 궁극적으로 국가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가 만나 본 북한과 러시아 중국 한국 관리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북한의 안전, 즉 북한이 요구하는 불가침 조약을 맺어야만 핵무기 개발 계획을 중단할 수 있다.

우리는 김정일과의 대화를 '악행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최선의 (혹은 가장 덜 나쁜) 지도력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김정일은 북한을 변화시키고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내부 지향적 은둔자들인 군부는 그러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가 군부 지배 하의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면 우리의 선택은 극히 제한될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위험할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가 최선의 선택이다. 나는 우리가 동북아 우방국들의 도움으로 조속히 직접 대화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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