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4일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의 추진과정에서 이미 북한 당국과 많은 접촉이 있던 현대측의 협력을 받았다"며 "이것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이상 정부는 모든 진상을 밝혀야 하고 모든 책임은 대통령인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치게 돼 참으로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국민에게 직접 사과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현대는 대북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 전력 통신 관광 개성공단 등 7개 사업권을 얻었다"면서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이중성과 북의 폐쇄성 때문에 남북문제에선 불가피하게 비공개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고 이해를 당부했다. ★관련기사 2·3·4·5·8·23면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통일특보는 보충 설명을 통해 "현대측은 대규모 협력 사업들을 독점하기 위한 권리금으로 5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면서 "국정원은 외환은행에서 환전에 필요한 절차상의 편의를 제공했고 2000년 6월9일 2억달러가 송금됐다"고 말했다.
임 특보는 이어 "국정원장 재직시인 2000년 6월5일께 현대측에서 급히 환전편의 제공을 요청해 왔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부서에 가능한지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했다"면서 "그 후 이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해 돈이 갔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따라서 대통령께 보고 드리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임 특보는 또 "우리 정부는 어느 누구도, 북한측과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대가 제공 문제를 협의한 바 없다"면서 "(대북 송금은) 경협사업에 대한 대가이며 정상회담 개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임 특보는 "현대의 정몽헌(鄭夢憲)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회장이 남북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현장에서 양측을 소개한 바 있으나 정상회담 협상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대북송금이 국정원 계좌를 이용해 이뤄진 것은 아니다"면서 5억달러가 모두 송금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모른다"고 말했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은 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 이전인 지난 2000년 3월8일부터 10일까지 싱가포르에서 북한측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극비 접촉을 가졌음을 시인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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