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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빨간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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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빨간 늑대

입력
2003.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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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섀넌 글 그림·정해왕 옮김 베틀북 발행 5∼10세용·8,000원"옛날에 로젤루핀이라는 공주가 있었어요. 로젤루핀은 높은 탑 꼭대기 방에 갇혀 살았지요."

또 그렇고 그런 공주 이야기? 첫 줄만 읽으면 이렇게 지레짐작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로젤루핀을 돌탑에 가둔 이는 마녀도, 못된 계모도 아닌 친 아빠였다. 이유인즉 "우리 귀한 공주를 거칠고 험한 바깥 세상에 내보낼 순 없다"는 것이다.

일곱번째 생일날 로젤루핀에게 색 털실 뭉치가 가득 든 황금상자가 배달된다. "네가 원하는 걸 짜렴"이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빨간 털실로 늑대 옷을 짜 입고 "어린 공주에게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면 차라리 늑대가 되는 게 낫겠어"라고 말하는 순간 로젤루핀은 늑대로 변한다. 지붕을 뚫고 숲으로 간 그는 하루종일 늑대처럼 먹고 춤추고 '우우우∼' 소리 내 노래 부른다. 여느 공주라면 끔찍한 저주였을 변신이 로젤루핀에게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날개'가 된 것이다.

"얘들아, 로젤루핀처럼 너희 마음이 이끄는 대로 신나고 즐겁게 살아가렴." 호주 동화작가 마가렛 섀넌의 낮은 속삭임에 부모들은 "뭐 이 따위 그림책이 다 있어?"라고 경악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 번 차분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사랑'이라고, '보호'라고 여겨온 것들이 아이들에게서 자유로운 생각,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용기를 빼앗는 '족쇄'는 아닌지.

황당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숲에서 잠든 사이 제 모습으로 돌아온 로젤루핀은 더 크고 튼튼한 돌탑 방에 갇히고, 갈색 털실로 다시 무언가를 짜 아빠에게 건넨다. "사랑하는 아빠, 제발 부드럽고 상냥해지세요.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딸을 위해 이걸 걸쳐보세요." 오 이런! 로젤루핀이 짠 것은 생쥐 모양의 잠옷이다. 순간 임금님은 생쥐로 변해 돌탑 기둥에 매달린 채 슬픈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본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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