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가 지난 달 27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특사로서 방북했을 때 핵 문제를 놓고 북한 김용순(金容淳)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격론을 벌였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4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의 전언을 인용해 북한측은 당시 임 특사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모종의 안을 들고 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핵 개발 포기를 설득하고 나서자 크게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임 특사는 김 비서와 회담한 자리에서 "조지 W 부시 정권의 대북 정책은 빌 클린턴 시대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임기가 끝나가는 김대중 정권은 정치적으로 힘이 남아있지 않으니 북한은 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해 대미 대화에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이에 대해 김용순 비서는 불쾌한 표정으로 "제네바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게 바로 미국"이라면서 "미국 입장과 똑 같은 그런 얘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왔느냐"고 흥분했다.
김 비서는 또 "미국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검증을 통해 핵 무기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느냐"며 임 특사가 북한 입장을 이해해주지 않는 데 대해 화를 냈다. 두 사람은 이런 분위기에서 이날 6시간 회담을 하고 다음날도 협의를 계속했지만 결국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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