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레이 지음·신현승 정경옥 옮김 산해 발행·1만3,000원하워드 진 지음·유강은 옮김 이후 발행·1만3,000원
15일은 세계 100여 나라 반전 운동가들이 대대적으로 미국의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서는 '국제 반전 행동의 날'이다. 전운이 짙어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주말마다 세계 곳곳에서 반전 단체들이 주도하는 반전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이탈리아 캐나다 스페인의 평화운동가 14명은 "인간 방패가 되겠다"고 나흘 전 이라크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이 전쟁은 과연 명분이 있는 전쟁인가, 미국은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고 이라크 국민이 원하는 민주 정부를 세울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더 본질적으로 정의의 이름을 앞세운다면 전쟁은 허용해도 좋은 것인가. 두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영국의 반전 운동가 밀란 레이와 80 노령의 미국 좌파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이라크전에 반대해야 할 이유와 어떤 명분의 전쟁이든 전쟁을 막아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라크전을 막아야 할 10가지 이유'라는 부제를 붙여 레이가 지난해 낸 책은 1991년 걸프전의 경험과 이후 미국의 정책, 최근 영국과 미국 언론의 보도를 통해 나타난 미 정부의 움직임을 분석해 반전의 논리를 편 글이다.
영국의 반전 단체 '애로'(ARROW·Active Resistance to Roots Of War)를 창설한 그의 주장은 이번 전쟁이 물증 없는 전쟁이며 중동은 물론 미국과 영국의 시민 다수와 군부까지 반대하고 있고 결정적으로 전쟁을 하더라도 이라크 체제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걸프전 당시 미국이 이라크 반군을 무장 해제한 경험을 떠올리면서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과 폴 월포위츠 부장관 등 우파가 주도하는 이번 전쟁 역시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확보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보다 겉만 번지르르한 정권을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진의 책은 미국이 개입한 각종 전쟁과 관련, 60년대부터 언론 등에 발표한 글과 2001년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저서 '오만한 제국'에 실린 글을 모았다. 그의 메시지는 전쟁의 대의가 아무리 도덕적일지라도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그 도덕성은 부식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원칙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등가성의 원칙마저 사라진 무차별적 복수극이 돼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지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 크루즈미사일을 퍼붓고, 경제 제재로 수십만 이라크 어린이의 목숨을 앗아가고서도 미국이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데 주목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