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신현림 옮김 바다출판사 발행·7,500원"잠깐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알아 둘 게 있어. 이 조그만 책이 해답으로 가득하리라 기대했겠지만, 실은 질문밖에 없어."
'인생의 의미'라는 제목이 달렸으니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산다는 게 뭘까?"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렇다고 책을 덮어버리지는 말 것. 호주의 사진작가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의 '블루 데이 북' 시리즈 네 번째라는 사실만으로도 일단 들춰볼 만하다. '인생의 의미'는 지난해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빠지지 않았던 '블루 데이 북'의 형식 그대로다. 재미있는 동물 사진과 한두 줄짜리 산문만으로 엮었다. "왜 좁다란 자기 세계에 빠져 세상을 움켜쥐었다고 착각하죠?"라고 묻는 어항 속의 금붕어, "열정이 끓어오를 땐 왜 싸움질하려 들까요?"라고 묻는 두 마리 북극곰, "내가 여기 왜 있지? 진정 사랑하는 게 뭔가?"라고 묻는 숲 속의 다람쥐 같은 동물들. 첫번째 책 '블루 데이 북'보다 좀더 두툼한 이 책은 동물을 통해 삶의 순간순간을 보여준다. 늑대는 큰 소리로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다가 숨이 막혀 데굴데굴 구르고, 고릴라는 '핫도그나 팔 걸 왜 이런 걸 시작했지'라고 회의에 빠진다. 코뿔소는 "시간 낭비야, 넌 절대 못해"라는 말에 침울해진다.
유쾌한 동물 사진과 함께 짤막한 산문을 따라 읽다 보면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 듯 싶다. 책의 처음에서 '경고'했듯 인생은 질문이다. '산다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물어가는 발걸음이다. '블루 데이 북'에 이어 '인생의 의미'를 번역한 시인 신현림씨는 "기쁨을 전염시키는 책"이라고 전한다. 읽다 보면 동물들의 우스꽝스럽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에, 짧은 글의 재치와 훈훈함에 즐거워진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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