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교학의 기틀을 다진 1세대 학자 3명이 나란히 퇴임한다. 정진홍 서울대 종교학과, 황필호 강남대 종교철학과, 이은봉 덕성여대 철학과 교수 등이 이 달로 만 65세 정년을 맞았다. 한국에서 종교학을 개척한 장병길(86) 서울대 명예교수의 뒤를 이어 종교학을 인문학의 한 분야로 정착시킨 사실상의 1세대 종교학자들이다.정 교수는 다양한 문화 현상을 종교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론적 탐색을 통해 종교학을 문화비평의 한 장르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교수는 종교에 대한 사색을 대중과 나눔으로써 종교학이 실천적 학문으로 자리잡게 했고, 이 교수는 종교학의 영역을 중국과 한국의 고대 신화 등 동양 종교로까지 확장했다. 이들은 신학을 주로 다룬 앞 세대와 달리 종교 현상을 신앙의 대상이 아닌 문화적 현상의 하나로 이해, 인문사회과학 방법론을 적용해 종교학의 독자성을 확보했다.
퇴임 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인 정 교수는 "가르치기 위한 독서가 아닌 내 삶을 위한 독서를 마음껏 할 생각"이라며 "후배들의 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강의는 일절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이사장을 맡고 있는 생활철학연구회를 통한 대중 철학 보급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 교수는 한국 근대 종교 연구서 집필에 매달리는 한편 틈틈이 동덕여대에 출강할 계획이다.
소장 종교학자 모임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장병길 교수 논집 '한국종교와 종교학'출판 기념회와 세 사람의 퇴임 기념모임을 17일 서울대 동창회관에서 함께 가질 예정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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