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LG의 용병 테런스 블랙(25·192.5㎝·사진)이 한국 프로농구의 덩크슛사를 다시 쓰고 있다. 테런스 블랙은 12일 서울SK와의 경기에서 4개의 덩크슛을 성공시켜 올시즌 100번이나 백보드를 흔들었다. 블랙은 비교적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고무공을 연상케 하는 탄력을 이용해 호쾌한 덩크슛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올시즌 처음 데뷔한 블랙은 '코트의 마술사' 강동희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매 경기 화려한 앨리웁 덩크슛(골대 근처로 던진 패스를 그대로 잡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것)으로 농구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블랙이 올시즌 기록한 덩크슛은 100개. 98∼99시즌 옛 현대(전주KCC)의 로렌조 홀(203㎝)이 세운 역대 한 시즌 최다기록(100개)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홀은 당시 45경기(5라운드)만에 100개를 기록했지만 블랙은 43경기만에 작성했을뿐 아니라, 앞으로 11경기가 남아 있어 덩크슛 역사는 블랙에 의해 새롭게 작성될 전망이다. 블랙은 경기당 2.33개로 홀의 2.22개에 0.11개 앞섰다. 블랙은 '통계상'으로 볼 때 125개까지 가능한 셈이다.
경쟁자들과 비교해 봐도 그의 위력은 더욱 돋보인다. 블랙과 자주 비교되는 동양의 특급 용병 마르커스 힉스(196㎝)도 55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블랙의 덩크슛 횟수는 TG(76개) SBS(68개) 동양(68개)의 팀 전체 덩크슛을 능가한다. 국내 선수중에는 김주성(205㎝·TG)이 21개를 시도, 16개를 성공시켰을 뿐 정훈(201㎝·모비스)과 이한권(198㎝)은 한차례씩 성공했을 뿐이다. 국내 최장신 서장훈(207㎝·삼성)은 올시즌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 서장훈은 덩크슛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키는 크지만 용병에 비해 폼이 나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덩크슈터들이 대부분 2m를 넘는 대형센터임에도 포워드를 맡고 있는 블랙이 덩크슛 1위에 오른 것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블랙의 덩크슛 비결은 바로 104㎝에 달하는 서전트 점프. 미 프로농구(NBA)의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198㎝)의 전성기시절 서전트 점프는 120㎝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블랙이 덩크슛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작은 키 때문이다. 단신이기 때문에 레이업슛보다는 덩크슛을 시도하는 것이 블록슛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 블랙은 지난해 12월 29일 여수코리아텐더전에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는 등 지난 시즌 용병 MVP 마르커스 힉스에 버금가는 특급 용병으로 꼽히고 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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