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서 두고 봅시다."지난 해 4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선 후보 20만달러 수수 의혹'을 제기, 정가를 흔들었던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12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그의 주장이 아무 증거가 없다고 판정했다. 설 의원은 그러나 검찰 발표가 나온 뒤 공식적으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기자가 전화로 심경을 묻자 그제서야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원칙만 되풀이했다. 설 의원은 "결국 덮어써야지"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어 설 의원의 유·무죄 여부를 단정짓기는 이르다. 하지만 검찰 발표대로라면 그의 주장은 일단 거짓인 셈이다. 설 의원이 지난 해 의혹을 제기할 때 "증인은 확보되어 있고 녹음 테이프를 가진 다른 증인을 설득중"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것과 검찰 수사 결과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20만 달러 사건을 폭로하기 전 설 의원은 이 후보의 빌라 문제를 터뜨려 성가를 올렸던 터라 그의 발언에 대한 '혹시나'의 정도는 다른 폭로들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도 그는 증인이나 증거(녹음테이프)를 끝내 내놓지 못했다. 비난이 고조되자 그는 "테이프를 가진 사람이 연락이 됐다 안됐다 한다" "테이프를 가진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고 후퇴하더니 나중에는 "직접 테이프를 듣지 않고 공개한 데 대해 경솔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바꿨다. 그 때도 자신의 주장이 몰고 온 파장에 대한 사과나 자성의 목소리는 없었다. 대신 "수사결과가 밝혀지면 모든 책임을 질 용의가 있다"는 말로 비켜갔다.
그 때부터 10개월이 지난 지금 설 의원은 자신이 지겠다고 했던 '책임' 여부에 여전히 묵묵 부답이다. 오히려 한 측근은 "검찰이 사전각본에 따라 수사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설 의원은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자신의 주장이 지금도 유효한지 등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인의 자세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박정철 정치부 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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