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두 가지 중요한 발언을 내놓았다. "집권 중 사회적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겠다"고 다짐한 것과 북 핵 문제 해결에 대해 "미국과 다를 것은 달라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방문, "언론 논조나 부수 등 여론의 장을 지배하는 사회적 힘의 균형에서 경제계와 경제성장의 목소리가 더 세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간 사회적 불균형이나 가치 주장자간 힘의 불균형을 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같은 발언은 일견 노동계의 손을 들어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당선자측에서는 "대부분 입법 사항인 노동 현안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노동계에 토로한 게 진짜 당선자의 속뜻"이라고 설명했다. "5년 뒤에 여러분께 박수나 장미꽃을 받고 떠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발전 분야 민영화는 참 어렵다"는 등의 언급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가 투쟁에서 대화·타협으로 사고를 전환할 것을 노동계에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는 "합리적인 파업 문화를 만들어 가자"며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목표를 통합시키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 핵 문제에 대한 그의 언급은 미국에 대한 노 당선자의 불만과 비판적인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미국과 일부 국내 언론의 대북 강경 여론 몰이 등에 대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읽을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다 죽는 것 보다는 어려운 것이 낫다. 한국 경제에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는 것. "최근 무디스사의 신용전망 하향 조정이 미국의 한국 길들이기용이라는 국내 일부의 시각을 노 당선자도 공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런 민감성과 파장을 의식했는지 인수위 대변인실은 이날 풀(pool) 기자단에 함구를 부탁하거나 보도자료에서 미국 관련 내용을 아예 자의적으로 삭제한 다음 자료를 배포했다 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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