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접대비가 다시 한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기업의 접대비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 현재 매출액의 0.2%인 접대비의 손비(損費)처리 한도를 축소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 인수위의 방침에 대해 시민 단체들은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즉각 실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의 자율성 침해와 부작용을 들어 실태 파악을 우선해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한기 경실련 정책실 부장과 이인실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으로부터 양측 의견을 들어 보았다./김지영기자 koshaq@hk.co.kr
● 찬 성
인수위가 손비처리 한도 축소를 통해 기업의 무분별한 기업접대비 지출을 억제하려는 것은 기업투명성 확보와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외환위기를 맞아 우리는 압축고도성장으로 인한 각종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이전보다 나아진 경제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를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인 경제구조 강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역시 이전과 같은 관행에서 탈피하여 지배·소유구조, 영업 형태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화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접대비의 과다한 지출은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하는 불합리한 영업형태로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재계는 기업이 접대비를 지출하지 않고도 영업이 가능토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수위의 방침에 대해서 무조건 규제, 자율성 침해 운운하는 재계의 반응은 이제까지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보였던 반복된 모습이다. 어떤 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대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일단 문제 해결을 위한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기업접대비 축소와 관련해서도 "거래나 수주 등에 뒤따르는 접대문화를 근절하는 의식개혁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업 스스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기노력은 빠져 있다.
재계는 이번 인수위의 방침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영업형태를 돌아보며 기업접대비 과다지출이 기업경쟁력에 미친 부정적 요소를 시정할 수 있는 자구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김 한 기 경실련 정책실 부장
● 반 대
기업의 지나친 접대비 사용이 기업경영활동에 도움되기보다 공직자를 부패시키고 향략산업을 키우는 사회적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더욱이 상식을 넘는 수준의 접대는 기업을 부패문화의 온상으로 만들고 투명경영과 경쟁력 제고를 저해하는 요인마저 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세법상 접대비가 손금으로 전혀 인정되지 않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 경영 환경을 보면, 각종 경조사비 지출을 비롯해 접대문화가 엄연히 자리잡고 있다. 그러기에 세법도 매출액의 0.2%까지는 손금처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세법을 바꾸어 접대비를 줄이도록 강요하게 되면 문제가 되는 사치성 향략업소에 대한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탈세나 불법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1990년 이후 세법상 접대비 손금산입한도는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고 2000년에는 신용카드 사용 확대와 더불어 기업의 기밀비도 폐지되었다. 접대비를 줄이기 위해 판공비를 급여에 포함시켜 지급하는 연봉제도 느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 맞춰 세법도 변해갈 필요는 있으나 이 시점에서 기업경영의 윤활유가 될 수 있는 건전한 접대비 지출마저 막아서는 안된다. 접대문화 자체가 없으면 모르되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세법을 통해 기업활동을 규제하려다 보면 가짜 영수증 등 규제회피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자산관리공사의 예처럼 꼭 필요한 접대비 지출을 위해 편법을 사용하는 사례는 이미 늘고 있다.
인수위는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어떤 종류의 지출이 어떻게 늘고 있는지 우선 기업들의 접대비 실태를 먼저 파악한 후 합리적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인 실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