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결정은 다자 무대에서 북한을 옥죄려는 미국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결과이다. 특히 안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는 달리 경제 제재와 무력개입 결정 등 실질적인 압박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북한의 핵 포기를 종용하기 위한 국제적 압력이 한 차원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북한 핵 문제 해결의 국제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에 유엔의 대 북한 제재 방안 논의는 북한 핵 문제를 국제적 사안으로 부각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동시에 북미 직접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무력화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각국 입장
일단 미국이 외교적 승리를 거둔 셈이지만 향후 안보리 논의 과정은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상정 자체를 반대하며 기권한 데서 드러나듯 북한 핵 문제를 보는 안보리 이사국들의 입장에는 큰 편차가 있다. 우선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은 북한을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제재하는 데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 중국은 이번 상정 표결에는 찬성했지만 향후 안보리 표결과정에서 대 북한 제재에까지 동참할지는 불투명하다.
IAEA 이사회가 결의문에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희망하며 이를 외교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전망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은 당장 대북 제재 결의를 이끌어내기보다는 의장 성명 등을 통해 대 북한 핵 포기를 촉구하는 2단계 접근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되 경제 제재 등 조치는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며 서서히 처리한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이번과는 상황은 다르기는 하지만 북한 핵 문제의 안보리 처리는 1993년 때와 유사한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게 한반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1993∼94년 1차 북한 핵 위기 때 안보리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철회 등을 촉구하는 의장 성명과 결의안을 1년 이상 5차례나 반복, 채택했었다. 유엔의 소식통은 이번에도 첫 의장 성명이 나오기까지는 최소한 1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 결의안 문제와 북한 제재 문제가 동시에 유엔에서 다뤄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속공보다는 지공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여 유엔의 북한 제재 문제는 장기전의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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