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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도박은 절망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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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도박은 절망의 아버지"

입력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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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돈으로 살 수 없다.국내 복권사상 최고액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던 로또 복권은 1등 당첨자가 많아 당첨금이 분산되는 바람에 '돈잔치'를 재미 삼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다소 맥빠진 판이 되었다. 반면에 '인생역전'의 대망(?)을 안고 상금에 눈독을 들였던 사람들은 머나먼 당첨 고지를 쓰디쓰게 실감해야만 했다. 은행마다 장사진을 치며 복권을 샀던 사람들은 '하나 켜면 금나오고 둘을 켜면 은이 쏟아지는' 흥부네 초가지붕 위에 주렁주렁 매달린 박을 연상하며 마냥 달콤했을 것이다.

마음이 가난한 그들은 복권 몇 장 사놓고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부자가 되어 일주일 내내 행복했다. '만약에 복권에 당첨되면, 궁전 같은 빌라 욕실에서 거품 목욕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세계일주를 하고…' 그러나 그 상상은 필연적으로 깨어날 수밖에 없는 꿈일 뿐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허망함은 또 다른 복권으로 채워 희망의 끈을 계속 붙들 것이다. 일주일에 얼마큼씩 그들은 그렇게 희망을 사고있다.

복권 하루 판매액 768억원, 로또계 모집, 매회 200만∼300만원 어치 구입, 카드 대출로 구입, 금융기관 직원이 공금 1000만원을 빼돌려 구입…. 이건 오락 차원이 아니라 투자도 아니고 투기 정도를 지나쳐 돈을 투척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부가 국민들의 건전한 오락과 공익기금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시작한 복권사업은 지난주까지만 보자면 누가 보아도 1300만 국민이 함께 친 도박판으로 전락해 버렸다. 현란한 광고문구까지 등장시키며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들을 현혹했다. 건교부 등 10개 부처 관료들이 머리를 짜내서 만든, 사실상의 준조세였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정부의 조세편의주의에 속아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욕심을 제어해서 정부가 벌인 도박산업의 덫에 걸려들지 않아야 한다. 굶주린 사람에게 산해진미를 바로 코앞에 차려놓고 '먹지 말라'는 말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 안에 들어있는 마약을 보는 눈이 있다면 당연히 먹지 않아야 한다.

복권 폐해가 문제가 되자 정부는 뒤늦게 진압을 하려고 허둥대는데, 이 또한 국민을 우롱하는 것 같아 착잡하기도 하고 성급하다는 느낌도 든다. 기왕에 시작한 일이니 조금 더 두고 보아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보는 것이 어떨까. 복권 열풍은 생존을 위협하는 부동산 과열과는 다르다. 무리해서 복권을 사는 사람들도 한두 번 사보다가, 복권 당첨이 카지노나 경마보다 훨씬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금방 체득하게 되고, 과도한 복권 바람도 수그러들 것으로 믿는다. 그렇게 되면 복권의 원래 취지대로 한두 장 오락 삼아 사는 사람만 남을 것이요,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수익금의 용도를 명확하게 해서 공공기금으로 사용하면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순전히 복권 수익금으로 지었다는 호주의 오페라하우스처럼 우리도 마을 도서관이나 체육시설 등 공공의 문화시설들을 복권의 이름을 내걸고 짓는다면, 복권에 낙첨된 사람들도 덜 허전할 것이다.

천우신조로 당첨이 된다고 해도 그렇다. 노력 없이 쉽게 얻어지는 재물은 쉽게 나가는 법이다. 돈이 들어올 때의 행복감 보다 나갈 때의 절망감은 훨씬 더 크다. 정당한 노력을 기울여 합당하게 얻은 대가만이 우리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또 그렇게 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다.

'도박은 탐욕의 아들이요 절망의 아버지'라는 프랑스 속담에서도 말하듯이, 도박은 희망을 도리어 쫓아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허황한 복권(福券)의 허상에서 벗어남으로써 우리의 인간성을 복권(復權)해야겠다. 희망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박 명 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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