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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배당금 "外華內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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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배당금 "外華內貧"

입력
2003.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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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 기업들이 지난해 12월 결산 배당을 예년보다 크게 늘렸다. 거래소 기업 주식 100주를 가진 투자자(주주)라면 올해 평균 7만3,900원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기업들의 배당 총액이 2001년보다 75.56%나 증가했다. 주가를 감안한 배당률(시가배당률)도 4.86%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해졌다. 주가 하락 리스크(위험)를 제외한다면 은행 예금대신 고배당 주식을 사면 한 해 배당 수익이 은행 이자보다 나을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증시 침체로 얼어붙은 투자자들의 가슴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5,000원짜리 액면가 기준 배당금은 크게 늘었지만,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대표 기업들의 실질 배당률은 여전히 쥐꼬리여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내 기업의 배당이 태국보다 못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배당 총액 75%늘어

증권거래소가 12월 결산 법인 가운데 배당 공시를 한 76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2조9,766억원으로 2001년(1조6,955억원)보다 75.56% 증가했다. 이들 기업들의 주식 액면가 대비 배당률은 23.30%로 2001년(13.79%)보다 2배 가까이 많아졌다. 보통 상장주식의 액면가가 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1주당 평균 739원의 배당을 하는 것으로 2001년 421원보다 318원 많아졌다. 배당을 받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마지막 기준일 종가 대비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시가배당률도 4.86%로 2001년(2.46%)보다 크게 늘었다. 액면 배당은 주가가 비쌀 경우 투자자의 보유 주식수가 적어 실질 배당 수익이 적은 반면, 주가를 감안한 시가 배당률이 높으면 그만큼 주식 보유에 따른 실질 배당수익도 많은 셈이다. 한신공영과 세림제지 등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던 24개사가 올해 새로 배당을 한다.

대기업 쥐꼬리배당

기업이 장사를 해서 벌어들인 이익을 얼마나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지를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23.3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이들 기업이 올린 순이익 중 23.30%를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2001년 20.93%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2000년 배당성향(25.7%)에 비해 더 낮아졌다.

시가총액 1인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각각 12.9%에 그쳤으며 SK텔레콤은 10.0%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사상최대 이익을 올려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상여금과 스톡옵션을 주면서도 이익 100원가운데 10원밖에 주주들에게 나눠주지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액면가 대비 각각 360%와 110%의 배당을 한다고 자랑하지만, 값비싼 이들 기업 주식을 10∼20주씩 밖에 갖지 못한 소액주주들은 실익이 거의 없다. 정작 이들 대기업의 시가배당률은 1.60%와 0.75%로 국내기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시가 배당률 1위인 한신공영의 배당률이 15.1%로 은행 이자의 3배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그나마 배당률이 높다는 국민은행의 시가배당률도 2.4%에 불과하고 POSCO가 겨우 2.80%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시가배당률이 높은 기업은 대부분 건설·제지·전기가스 등 1만원대 전후의 중소형주들이다.

주주홀대 태국보다 심해

외국인투자자들은 물론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요즘 한국 기업의 저평가 요인으로 지배구조 문제와 더불어 쥐꼬리 배당 등 주주 홀대를 꼽고 있다.

최근 불거진 '상여금-배당'논란이 이를 잘 말해준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한국의 배당성향이 홍콩, 싱가포르는 물론 대만·태국 등 대다수 아시아 국가보다 월등히 낮다"며 "대기업들이 잉여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기 시작한다면 한국 증시는 한단계 상승할 수 있겠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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