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돼도 할리우드, 못 돼도 할리우드?'관용을 향하여(Towards Tolerance)'를 주제로 참가한 제53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작품들이 '할리우드의 축소판'이란 비아냥거림을 뒤로 하고 다채로운 색깔로 관객들에게 호소하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10일까지 관객에게 선을 보인 작품 가운데 화제작들은 역시 할리우드에서 나오고 있다. 포츠담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극장가들의 영화 입간판들이 할리우드를 옮겨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우선 '디 아워스'(감독 스티븐 달드리)의 선전이 눈에 띈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사는 여성들의 삶을 섬세하게 다룬 이 영화는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등을 앞세워 광범한 지지를 얻고 있다. 벨기에의 드 모르겐(De Morgen), 스페인의 다이아리오(Diario) ABC, 영국의 가디언, 독일의 슈피겔 등 언론들이 최고 점수를 줬다.
기발한 감각을 자랑하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어댑테이션'은 극찬과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다. 가디언은 별 네개로 최고로 꼽았지만 슈피겔, 자이트 등 독일 언론은 최하 점수를 매겼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형이상학을 부부관계에 대한 성찰로 재해석한 스티븐 소더버그의 '솔라리스' 역시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문제 작가 앨런 파커 감독이 오랜만에 들고 나온 '데이비드 게일의 삶'은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거의 모든 언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비 할리우드권 영화 가운데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은 장이모 감독의 '영웅'. 독일을 비롯한 서방의 비평가들은 장이모가 화려한 색채로 그려낸 대하 역사 판타지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시스템과 개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독일 감독 볼프강 베커의 '굿바이, 레닌!'도 베를린영화제다운 정치적인 주제로 시선을 끌고 있다.
/베를린=이종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