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에선 심판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똑바로 (판정을)해야 존경을 하지."대한축구협회가 12일 축구계의 고질인 판정 시비를 뿌리뽑기 위해 심판을 상대로 한 뇌물 및 금품수수를 감시하는 '암행반' 운영 계획 등을 밝히면서 판정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축구협회는 한일월드컵 열기를 삽시간에 날려 보낸 원인 중 하나로 프로축구의 판정 시비를 꼽으면서 "심판이 바로 서지 않으면 한국 축구의 앞날은 암울하다"는 결론을 내린 끝에 다음달부터 암행반을 운영키로 했다. '검은 돈'과 편파 판정, 항의와 난장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자칫 법인화 등 투명성 논란이 다시 협회를 겨냥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협회는 이를 위해 심판의 금품수수 통로를 감지할 만한 인사들로 암행반을 구성하고 신고자에게는 신분 보호는 물론 적절한 포상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법기관의 뒷조사를 연상케하는 '암행반'은 축구계의 금품수수를 기정 사실화하고 돈 문제만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반감을 낳고 있다. 한 축구인은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충분하다"며 일부의 금품수수 의혹을 인정하면서도 "돈이 판정 시비의 전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심판을 양성해야 판정 시비의 소지를 줄일 수 있지만 이를 위한 장기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계획이 없다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암행반이 무슨 일을 하겠어요. 심판과 감독, 심판과 선수들이 서로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우선이죠." 축구협회는 원로축구인의 이 쓴소리를 귀담아 들을 때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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