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를 성남의 민속 유산으로 발전시키겠습니다."경기 성남 판교에서 농사를 지어온 토박이 김영윤(金永潤·59)씨는 '널다리 쌍룡 줄다리기' 보존회장을 맡은 뒤로 매년 이맘때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모른다.
올해도 보존회원 10여명과 함께 정월 대보름날인 15일 마을 너더리 길에서 열 줄다리기 재현 행사를 준비하느라 열흘 넘게 캄캄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길이 40∼50m에 둘레가 3∼4m나 되는 쌍룡줄을 만들어야 하는 데 장정 10명이 열흘을 매달려도 빠듯하기 때문이란다. 대보름이면 어디서나 줄다리기가 열렸지만 판교 줄다리기는 조선 중종 때 기우제를 올리며 시작된 이래 드물게 500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판교 줄다리기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500년 된 회나무에 기우제를 지내는 것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쌍줄 용두(龍頭)에서 다시 제를 올리고 축문을 읽은 뒤 청룡줄은 기혼남자가, 황룡줄은 여자와 미혼남자가 잡고 승부를 겨룬다. 하지만 황룡줄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속설 때문인지 승부는 어김없이 황룡줄 승리다.
판교 줄다리기는 원주민이 하나 둘 떠나면서 1986년 이후 맥이 끊겼으나 2000년부터 김 회장 등이 계승, 몇 년 만에 성남의 대표적인 대보름 행사가 됐다. 김 회장은 "판교 신도시가 건설되면 원주민도 마을을 떠나야 하는데 인근 낙생고교에 줄다리기 놀이를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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