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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러브스 미/"짝사랑이 애틋하다고"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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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러브스 미/"짝사랑이 애틋하다고" "천만에…"

입력
200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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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제목, 그리고 큰 눈망울과 보조개를 한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 사진만 보고 이 영화를 골랐다면 실수한 것이다. 영어 제목('He Loves Me / He Loves Me Not')을 제대로 보지 않고 앞의 '히 러브스 미'만 읽으면 밸런타인데이용 로맨틱 코미디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이는 '비트겐슈타인의 그림'에서 토끼의 귀와 오리의 입 가운데 하나만 보는 것과 같다. 스물 여섯 난 프랑스 출신 신인 감독 래티샤 콜롱바니는 이 두개의 그림을 오묘하게 조화시킨다.'히 러브스 미'는 짝사랑에 관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혹시 와야 할 연인의 전화를 기다리다가 형광등이 깜빡이는 소리조차 성가시게 느껴지고,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거슬리게 들린 적이 있다면 더 실감이 날 영화다.

안젤리크(오드리 토투)는 심장전문의인 루이(사무엘 르 비앙)에게 온통 마음이 빼앗긴 미대생. 데생 시간에 모델을 그리지 않고 루이 모습을 그려 선생님에게 혼나는 건 예사고, 없는 돈에 꽃 한 송이라도 루이 앞에 배달시키는가 하면, 밤잠을 안 자가며 루이의 대형 초상화를 그려 선물로 보낸다.

루이가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안젤리크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루이가 아내와 헤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그의 아내가 임신했다는 얘기에 대해선 '똥배가 나왔을 뿐'이라고 믿는다. 루이의 차 앞유리에 '그녀(루이의 부인)는 우리를 떼놓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남길 때, 안젤리크가 루이와 함께 플로렌스 여행을 갈 꿈에 부풀어 있을 때, 관객들은 안젤리크의 사랑이 꼭 이루어지길 소망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토끼 그림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재미는 토끼 그림과 오리 그림이 뒤바뀌는 놀라운 반전에 있다. 전반부의 에피소드를 꼼꼼하게 기억하면 후반부는 더욱 재미있다. 터지기 직전의 봉오리 같은 안젤리크의 표정을 향하던 카메라는 이제 루이의 당혹스런 표정을 향해 달려간다. 배달된 꽃 송이, 루이의 초상화, 아내의 임신, 차 앞유리에 쓴 글씨, 플로렌스행 비행기 티켓의 내막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림 맞추기 퍼즐을 하는 즐거움. 그리고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더 놀라운 반전. 냇 킹 콜이 부르는 'Love'는 이 반전의 즐거움에 더해지는 상큼한 토핑이다. 14일 개봉. 15세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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