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받아내기 위해 법원에 재산명시 신청을 냈다는 보도(12일자 한국일보 31면)는 늦었지만 마땅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기와 방법론 등을 곰곰이 따져보면 어딘가 개운치 못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현 정권과의 유착설, 전두환 봐주기 같은 속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왜 하필 지금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비교해 추징률이 훨씬 낮은데도 5년간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가, 정권 말기에 슬그머니 재산조회를 시도하는 모습이 그다지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은 현행법의 제약 때문에 그 동안 강제 추징의 방법이 없었다고 말한다. 종전에는 은닉재산을 추적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민사집행법이 제정돼 법원이 강제로 재산을 조회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절실하게 필요한 법을 왜 이제야 만들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전두환 한 사람 때문에 추징금 집행 실적이 뚝 떨어진다고 한탄하던 사람들이 누구였는가.
전두환씨는 더 이상 숨겨둔 돈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을 액면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지금도 연말이나 명절이면 추종자들이 타고 온 고급 승용차들로 그의 집 앞이 문전성시가 되고, 간혹 그들을 이끌고 나들이하는 모습에서 모욕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추종자들의 경조사에 얼마짜리 봉투를 냈다느니, 아들의 사업자금으로 얼마를 주었다느니, 하는 루머도 그치지 않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을 억누르기 어렵지만, 이번만은 반드시 추징에 성공해 성난 국민감정을 어루만져 주기 바란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법에 대한 국민의 냉소 증상을 치유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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