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자에 '나의 이력서' 첫 회분이 나간 지 꼭 석 달 만에 연재를 마치게 됐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이 귀하디 귀한 지면을 할애 받아 그야말로 내세울 것 없는 삶을 적어 내려왔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고(故) 이주일(李周逸) 선생,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에 이어 '나의 이력서'의 세 번째 주인공이 된 것은 나로서는 더 없는 영광이요, 기쁨이었다.나는 지금껏 한 눈 팔지않고 문구산업 한 분야에만 종사해온 중소기업인이다. 한 때 다른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권유 받은 적도 있지만 내가 문구산업의 외길을 걸어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나는 어떤 일을 하든 그 분야에서 만큼은 1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업은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쟁구도에서 1등을 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 모나미는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사랑 덕분에 문구업계의 1등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만일 모나미와 내가 외도를 하거나 한 눈을 팔았다면 결코 이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50여년간 기업 활동을 하면서 나는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좌초한 기업을 수 없이 봐왔다.
또 하나, 나는 우리 어린이들이 언제나 질 좋은 문구제품을 써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어릴 적부터 국산품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우리나라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그것이 내 지론이다. 문구산업은 수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는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산업보다 자본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50년 가까이 모나미 경영에만 전념해온 것은 문구산업이야말로 후손들에게 국산품 애용과 건전한 소비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산업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이 모든 일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니드'(Need)를 외면하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기업인으로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이 최고의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의무요 도리다. 직원은 기업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축이다. 경영자가 아무리 투철한 사명감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해도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모나미 153 볼펜, 그림물감, 왕자파스 등을 개발하고 판매할 때 온 몸을 던진 직원들이 없었던들, 회사 사정을 감안해 기꺼이 퇴직금 누진제를 포기해준 직원들이 없었던들 모나미는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한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점은 영·호남의 지역 불균형 발전이다. 나는 정치인들이나 정부 당국자들이 그 동안 영남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발전 속도가 더뎠던 호남 지역에 과감히 투자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망국적인 지역감정 해소에 진력해줄 것을 감히 부탁하고 싶다.
또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업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기업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3개월간 '나의 이력서'가 연재되는 동안 고향에 계신 분들과 주위 분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격려의 말씀을 자주 들었다. 심지어 외국에 나가있다 연락이 끊겼던 동창들이 '나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해온 경우도 있었다. 또 본의와 달리 내 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도 있었는데, 송병순씨 부부께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시 한번 졸필을 끌까지 읽어주신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지나온 내 삶이 독자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지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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