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이 12일 청와대에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층 비리를 조사하는 직속 사정팀을 신설하겠다고 밝혀 법적 근거와 조사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내정자는 이날 "사정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사정비서관 직속으로 사정팀을 신설하겠다"며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에서 수사·조사 요원 10여명을 파견 받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정팀은 고위층에 대한 비리 정보를 수집, 내사를 벌인 뒤 정식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경에 이첩할 것"이라며 "정식 직제로 두되 법 개정 없이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직동팀은 경찰조직을 청와대가 편법적으로 지휘하고 비밀리에 운영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며 "새 사정팀은 국민의 동의 하에 공개적으로 운영, 이러한 폐해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주변에선 당장 "청와대 소속 부서가 정보수집 기능 외에 내사 권한까지 갖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가 내사권을 가질 경우 대상자를 직접 불러 조사할 수 있어 과거 사직동팀 이상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법무법인 정세의 정대화(鄭大和) 변호사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수사주체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으로 제한된다"며 "내사도 수사의 일종인 만큼 청와대 팀이 내사를 하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도 "청와대가 사람을 불러 조사하는 것은 현 직제상 곤란하다"며 "사직동팀이 청와대 소속이 아닌 경찰청 조사과로 편법 운영됐던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리조사 대상이 대통령 친인척이나 청와대 주변인사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으로 확대될 경우 청와대 사정 권한이 자칫 정치적 압력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검·경, 국세청, 국정원 직원 2∼3명씩이 파견돼 비리정보 수집 등 사정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므로 사정팀 신설은 필요없다"는 의견도 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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