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매일 만드는 소식지 '인수위 브리핑'에 자주 등장하는 화두는 언론보도이다. 어떤 기사는 '사실 무근', '오보'이며, 일부 언론은 지나치게 갈등을 조장하거나 사실을 비꼬고 시장불안을 자극한다는 등의 지적이다.9일자 인수위 브리핑에서는 "일부 언론이 경기불안을 강조하면서 그 책임을 새 정부에 전가시키고 있다"며 "특정 경제주체의 입장에만 치우쳐 필요 이상으로 위기를 부채질한다"고 비판했다. 11일자 브리핑은 '메가톤급 오보 부작용 상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수위가 화폐단위 변경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우리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지만 확인절차 없이 기사화했다"고 비난했다.
연일 계속되는 인수위의 언론 비판을 담담하게 지켜보던 기자도 상황이 이쯤되니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화폐단위 변경 혼선은 인수위 국민참여센터가 국민제안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 방안을 적극 검토사례로 분류해 발표한 데서 시작됐다. 누가 봐도 인수위가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파장이 커지자 인수위 경제1분과는 검토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처럼 화폐단위 변경 해프닝은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국민참여센터의 실수에서 비롯됐지만, 인수위는 '확대보도', '메가톤급 오보' 운운하며 언론에 화살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경제비관론 확산이 보도된 후 인수위가 언론 탓만 하는 동안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 전망을 두단계나 낮췄다. 시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언론 보도를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묵살 또는 비난하면 정책이 바로 갈 수 없다. 툭하면 언론을 겨냥해 '네 탓이오'하기 전에 인수위 내부의 의사결정 체계가 잘못된 건 아닌지, 전문성과 위기의식이 부족한 건 아닌지 곰곰이 되돌아보기 바란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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