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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만에 복학… 주경야독으로 과수석 고희의 학사모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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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만에 복학… 주경야독으로 과수석 고희의 학사모 "감격"

입력
200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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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古稀)를 맞은 만학도가 입학 반세기 만에 졸업장을 받는다.오는 26일 열릴 서울대 졸업식에서 1934년생으로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이 된 최선동(崔仙動·서울 강서구 등촌동·사진)씨가 미대를 졸업한다.

1952년 한국전쟁 당시 화가가 되기 위한 청운의 꿈을 안고 미대에 입학했던 최씨는 졸업을 1년 앞두고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쓰러지면서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마흔을 넘기면서 그림에 대한 미련이 되살아나 서울 청담동, 삼청동 등지에서 미술관과 화랑을 운영하며 붓을 다시 잡았고 마침내 2001년 서울대 서양화과 4학년으로 복학했다.

최씨는 "자식들을 모두 성장시키고 아내마저 먼저 세상을 뜨자 미루어왔던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49년만에 학교를 찾았을 땐 기억이 까마득해 학번조차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현재 등촌동에서 13평짜리 전세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는 최씨는 매달 정부로부터 24만원씩의 급여를 받고 있는 생활보호대상자. 때문에 값비싼 화구를 구입하기 위해 구청 문화센터에서 미술강좌를 하거나 주말엔 취로사업에까지 나서는 등 지난 1년간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해야만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빡빡한 수업을 이수하느라 복학 초엔 과로로 쓰러지기도 했던 최씨는 지난해 동양화과를 복수전공하면서도 1학기 학점 4.04, 2학기 학점 4.06으로 연속 과수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장 연로한 교수가 최씨의 5년 후배로 서로 '선배님' '교수님'이라 부르며 깍듯이 대했지만 최씨를 '할아버지'가 아닌 '선배'라고 부르며 따르는 손자뻘 학생들과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허리에 만보기를 차고 교정을 누비는 최씨는 "강의실의 젊은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몸과 마음이 모두 젊어졌다"며 "나이 들어 퇴직한 분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공부를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학과 졸업과 함께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최씨는 "모친 역시 구순의 나이에도 최근 붓글씨를 다시 시작했다"며 "올 한 해는 내년 1월의 개인전을 대비해 열심히 캔버스를 메울 작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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