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변호사 부모에게 이끌려 5세 때 이미 백악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하버드 법대 출신 변호사 루시(샌드러 불럭). 사이버 대학 출신이라도 예쁘기만 하다면 고문 변호사로 고용하는 백만장자 부동산 재벌 웨이드(휴 그랜트). 여자는 남자에게 고용되지만 서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운동가로 돌아가려는 루시가 '2주 후 그만 두겠다'는 말을 전하며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물론 둘 사이에 여자도 끼어 들고, 당연히 오해도 빚어진다.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2주 전 통보)'는 장르의 공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로맨틱 코미디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는 일은 어리석다. 이런 영화의 포인트는 주인공이 얼마나 매력적이냐, 상황은 코믹하면서도 그럴 듯한가, 관객을 '판타지'에 빠지게 할만큼 재미있느냐. 이것만 지켜진다면 무장해제를 한 후 보는 게 최고이다.
주연은 일단 합격선이다. 영화 촬영 후 두 사람이 진짜 사랑에 빠졌을 만큼 휴 그랜트와 샌드러 불럭의 연기 호흡은 좋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브리짓 존스의 일기' '어바웃 어 보이'에 이르기까지 돈과 시간에 매력까지 넘치는 '명품 바람둥이' 휴 그랜트는 여전히 식지 않는 매력으로 전성기의 리처드 기어를 압도하고 있다. 샌드러 불럭은 멕 라이언보다 미모는 떨어지지만 귀여운 사내 아이 같은 매력과 유머로 핸디캡을 극복했다. 약간 귀족적인 이미지의 휴 그랜트를 상대로 '심하게' 서민적인 샌드러 불럭은 나름대로 깜찍한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판타지? 늘 혼자, 그것도 너무 많이 시켜 먹어 중국요리 배달점의 메뉴판을 달달 외울 정도로 '로맨틱'과 거리가 멀었던 루시가 로이드의 전용 헬기를 타고 뉴욕 상공을 나는 장면은 그 자체가 판타지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늘을 나는 마법사와 비슷하니까.
부자가 애인을 버리고 가난뱅이가 된다는 식의 억지를 부리지 않은 비교적 세련된 로맨틱 코미디지만, 휴 그랜트를 기용해 워킹 타이틀에서 만든 '노팅 힐'이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 비해서는 한 등급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웃음은 있지만 페이소스가 없기 때문이다. 신예 마크 로렌스 감독의 데뷔작으로 샌드러 불럭이 제작했다. 14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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