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공격의 팀일까, 수비의 팀일까? 김세진(200㎝) 신진식(188㎝) 쌍포가 있는데 이 무슨 우문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삼성화재의 진정한 힘은 수비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랠리포인트제에서 상대 공격을 한 번 걷어내는 것은 2점 효과를 갖는다. 삼성화재는 이를 활용, 막판까지 지고 있다가도 수비 덕분에 곧잘 경기를 뒤집곤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리베로 여오현(25·175㎝·사진)이 있다.
배구명가 대전 중앙고 출신인 여오현은 홍익대 신춘삼(현 한양대감독) 감독 밑에서 레프트를 담당하며 1998년 한양대의 64연승 신화를 저지했을 만큼 당찬 선수였다.
당시 청소년 주전 레프트 윤영섭(현대캐피탈)을 밀어내고 레프트를 맡았을 만큼 탁월한 서브리시브에 파이팅, 두뇌회전을 보여줬다. 특히 블로킹을 잡아내면 덤블링을 해 감독마저 웃겼을 정도로 넘치는 파이팅은 그의 전매특허였다.
여오현은 리베로를 무척이나 싫어했지만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4학년이던 2000년부터 붙박이 리베로로 나섰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곧바로 드러났다.
경기당 80%를 넘나드는 서브리시브율을 보일 만큼 완벽한 수비력은 곧바로 공격력 배가로 연결됐고, 2년이 안돼 왕년의 월드리베로 이호(현대캐피탈)를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마디로 삼성화재에 날개를 하나 더 달아준 격이었다.
여오현은 9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서 방신봉의 직접 강타를 걷어내는 등 상대의 공격을 귀신같이 받아내 3―0 완승의 초석이 됐다.
여오현은 "상대의 강스파이크를 걷어낼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면서 "이호 선배의 뒤를 이어 세계 최고의 리베로 계보를 이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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