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터키 방위 계획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나토 회담이 또 다시 결렬됐다.나토 19개 회원국 대사들은 11일 두 차례나 연기되는 진통을 겪은 끝에 간신히 협의를 가졌으나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이 반대입장을 고수, 20여 분 만에 소득없이 회의를 마쳤다.
12일(한국시간 13일) 나토 정책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 회의가 예정돼 있으나 역시 전망이 불투명해 나토의 분열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회담은 "프랑스 등 3국이 나토를 정치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며 나토를 건너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더욱 냉랭해졌다.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담도 15개 회원국이 전원 참석하기로 했으나 "유럽 국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의장국 그리스의 논평처럼 합의점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나토가 이라크전을 놓고 53년 역사상 최악의 분열상을 노출한 것은 지난해 5월 나토―러시아간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예견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시 러시아가 주적(主敵)에서 동반자로 뒤바뀌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은 나토는 미국 내 보수주의자와 백악관 핵심 참모들로부터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귀찮은 존재일 뿐"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회원국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군사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이 동맹국으로서 미국과 걸맞은 지위를 요구, 미국의 행보에 제동을 건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었다. 이번 파열음도 미국 주도의 대 테러전 확대에 반대해 온 유럽 국가들과 미국 사이에 안보동맹체로서의 나토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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