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함께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서울 경복궁 옆 국립박물관에 다녀왔다. 가족 나들이를 겸했지만 아이에게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한다는 생각에 흐뭇했다.그러나 이런 기대는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말만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박물관이지 전시 유물의 종류나 수를 보니 '국립'이란 표현이 부끄러웠다. 일본인 등 외국관광객도 보였는데 행여 찬란한 우리 문화에 대해 오해할까 민망했다.
시대별로 전시관을 나누긴 했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생활상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민화나 풍속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선사시대의 깨진 몇 개의 돌 조각과 삼국시대의 기와조각으로 화려했던 당시 문화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물이 빈약해 고구려인의 웅혼한 기상을 떠올리기도 어려웠다. 국립 박물관이란 이름에 걸맞게 반만년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외국인에게는 한민족의 역사적 기품과 문화적 우월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권은주·경기 안양시 평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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