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13일부터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된다. 예년보다 2∼3주 앞당겨 진행되는 이번 주총 시즌에서는 어느 해보다도 배당금 증액, 주가 부양 등을 놓고 주주들의 '제 몫 찾기'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12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현재 주총 일정을 확정, 공시한 기업은 93개사로 넥센타이어는 2000년 이후 4년 연속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주총을 열게 됐다. 코스닥에서는 피케이엘이 지난달 21일 이미 주총 테이프를 끊었다.
28일에는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삼성중공업 등 삼성 계열사 대부분을 포함해 태평양화학 등 25개사 이상의 주총이 집중될 예정이다.
고배당·주가부양 요구 거셀 듯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주총의 최대 이슈는 고배당 요구 등 '제 몫 찾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 파격적인 임직원 성과 보너스 지급 등 기업 내부사정에 비해 증시 약세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감안하면 자연스런 흐름인 셈이다.
LG투자증권 박윤수 리서치센터장은 "호황일 때는 굳이 몫을 따질 필요조차 없겠지만 이제는 주주들도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눠야 할 지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기업들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크레디리요네증권은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대기업이 잉여 현금을 주주들에게 되돌려주는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배당성향은 아시아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배당에 부쩍 신경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많은 주당 5,500원(액면가 110%)의 배당금을 지급키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SK텔레콤 POSCO KT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도 배당률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LG화학 CJ 등이 지난해말 임직원에게 파격적인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점을 감안할 때 주주들의 이익 분배요구는 기업의 준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당수 대기업이 지난해 실적 호황으로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가 부양에 대한 요구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KT는 최근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경영투명성 논란도 관심
해묵은 기업 경영 투명성문제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올 전망이다. 참여연대 박근용 경제개혁팀장은 "그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개별기업의 주총 안건이 발표되면 참여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LGCI는 최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만큼 주총에서 이 문제를 재론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다소 신중한 입장과 달리 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문제를 비롯, 현대차의 2∼3세 경영진 승진, LG그룹의 계열사와 대주주간 주식거래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노조와 극한 갈등을 빚고 있는 두산의 경우 1999년 7월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특혜 여부 문제, 한화의 경우 대한생명 인수 문제 등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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