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젊은 공무원이 이렇게 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 할 것으로 봅니까?" 얼른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나는 노무현 당선자가 대통령으로서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의 아버님이 그를 후보 때 만나보더니 '노무현 후보 외에 선택할 사람이 없기는 하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씀하더군요." 노무현을 선택한 60대 아버지와 30대 아들의 각기 다른 인물론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요새 새삼스럽게 '불확실성'이라는 말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다. 불확실성의 구름이 너무 짙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가 사람들을 가장 불안 속으로 몰아넣는 요인이다.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핵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려 할 것이다. 그때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에 따라 한반도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 노무현 정부가 과연 이런 위기에 국민을 통합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 불안하다고 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
■ 국내 정책도 마찬가지다. 출범을 10여일 앞두었지만 노무현 정부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고 있다. 당선자가 진보주의자이니 그런 방향으로 변화가 크게 일어날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일어날 것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변화의 청사진이 일관되고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고 있으며, 그 정책을 수행할 인재의 윤곽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이라는 말은 듣기에는 좋다. 그러나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새 정부의 비전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부각되어야 한다.
■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가 아니다. 4,700만명의 인구에 국내총생산(GDP)이 4,700억달러를 넘어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졌다. 이만한 나라면 정권교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과 한국의 기술격차가 4년 정도라는 말이 들린다. 첨예한 경쟁에서 하루가 중요하다. 미국의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는 불확실성에 대해 재미있는 말을 했다. "과학에서 불확실성은 발전의 원동력이지만, 정치에서 불확실성은 재앙의 원인이다." 노무현 정부가 할 일은 지금부터라도 불확실성을 하루 빨리 제거하는 것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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