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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협상 왜 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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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협상 왜 숨겼을까

입력
200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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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은 왜 싱가포르 비밀협상 사실을 숨겨왔을까.박 실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운영위의 국정감사에서 싱가포르 방문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야당 의원들이 집요하게 거론하자 "2000년 3월8∼11일 휴가차 방문했으나 북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 "요시다 사장을 2001년 여름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그 이전에 알았다거나 북한과의 비밀협상은 전면 부인했다. 정부는 2001년 2월엔 IHT 등 외국언론이 싱가포르 비밀협상과 대북 송금의혹을 보도하자 장문의 반론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 만큼 싱가포르 비밀협상은 DJ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이 협상은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이었지만 어디까지나 '밀실 거래'였다. 실체가 드러나면 1차적으로 베를린 선언의 정당성 논란이 일테고, 결국 남북 정상회담까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박 실장은 베를린 선언 이후에 진행된 베이징 비밀접촉은 인정하면서도 그 이전의 싱가포르 비밀협상은 끝내 부인했다.

여기에 협상에 현대라는 민간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실까지 보태지면 정경유착의 비난은 물론이고 '정상회담을 포함한 햇볕정책의 성과물을 뒷거래로 샀다'는 의혹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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