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성헌(李性憲) 의원이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밝힌 대북지원금의 규모는 20억 달러에 이르며, 크게 4가지 경로를 통해 전달됐다. 2000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뒤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김보현(金保鉉) 국정원 3차장이 김용순(金容淳) 북한 아태평화위원장과 비밀리에 만나 이 같은 거래의 골격에 합의했다는 주장이다.이 의원이 대북송금의 성격을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대한 투자라고 규정한 점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측의 주장은 이 돈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 가운데 대북투자 착수금인 약 5억 달러는 사실상 정상회담의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현대 측이 대북 사업을 위해 건넨 돈만 모두 11억 달러라는 새로운 의혹을 폭로했다. "정주영(鄭周永) 현대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소 떼 방북 등으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4번 만나면서 그때 마다 1억5,000만 달러씩 현금을 건넸다는 증언이 있다"는 주장이다.
소 500마리씩을 몰고 판문점을 건널 때 트럭에 현금도 싣고 가 북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금강산 관광 대가로도 9억4,2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이중 약 5억2,000만 달러가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투자 금액은 지난해까지 1억4,300여만 달러지만, 장기 독점권의 대가로 준 돈이 3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이 같은 거래가 성립된 남북 비밀접촉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2000년 3월8∼10일 싱가포르에서 박지원 장관과 김보현 차장이 김용순 북한 아태평화위원장과 가진 접촉에서 북측은 100억 달러 의 SOC 투자와 10억 달러 선수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달 뒤인 4월8일 박지원, 정몽헌, 이익치(李益治) 당시 현대증권 회장, 송호경(宋浩景) 북한아태평화부위원장이 다시 만나 5억 달러로 이를 깎았다. 선수금은 사실상 정상회담의 대가이기도 하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같은 해 5월 현대건설이 홍콩·싱가포르 국제결제은행의 김정일 계좌 6개로 송금한 1억5,000만 달러, 증발한 현대전자 영국법인 공장 매각 대금 1억2,000만 달러, 현대상선의 송금한 2,235억원 등이 모두 정상회담 직전 건네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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