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무디스의 이번 조치가 등급전망을 조정한 것인 만큼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은 단기간 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외환위기 이후 11차례에 걸친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조정이 국내 증시에 독자적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하향조정으로 북핵 위기가 핵심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컨트리 리스크(한반도 안보위험)가 다시금 주목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핵 위기의 전개 및 이와 연계된 피치·S&P 등의 추가 신용등급 조정 여부에 시장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신용조정 주가 영향 크지 않아
무디스는 환란 직후인 1997년말에도 3차례에 걸쳐 2단계씩 잇달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낮췄다.
그러나 그해 11월 28일 첫 하향조정 때 종합주가지수는 당일 411.91에서 12월 2일 376.87로 하락했다가 며칠 후인 12월5일에는 다시 434로 상승했다. 나머지 12월11일과 12월21일에도 당일 주가지수와 일주일여 뒤의 주가지수는 377.37에서 418.49(12.17), 400.19에서 곧바로 상승반전(12.24)했다.
반대로 지난해 6월과 7월 피치와 S&P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 때에도 국내 증시는 1개월 후 오히려 하락하는 등 신용등급 조정 자체 보다는 그 후 시장상황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핵 우려 생각보다 크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북핵 문제에 대한 국내외의 인식차이를 극명하게 반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11일 "문제는 북핵 문제에 대한 시각차"라며 "앞으로는 국내 증시도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해외투자자의 시각에 보다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팀장은 특히 "최근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각을 감안할 때 피치나 S&P 등 여타 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등급 재조정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북핵 문제 대처 방향이 향후 시장을 좌우할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게 왔기 때문에 충격이 크다"며 "향후 북핵 위기가 증폭될 경우 기력을 상실한 국내증시가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지수 저점에는 영향 안줄 것
대부분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날아온 충격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향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이번 신용등급 문제는 최근에 한 차례 불거졌던 것이고, 경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이 이런 점을 인식하는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장은 "바닥권을 새로 설정해야 할 정도로 대세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의 매도규모가 급격히 확대되지 않는 한 시장은 곧바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투자증권 황 팀장도 "당초 520∼550선으로 봤던 단기 저점 전망을 수정하지 않겠다"며 "이날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한 것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끌려갔다기 보다는 펀더멘털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오히려 외국인의 저점 매수세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 과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선·현물시장 모두에서 오히려 순매수로 돌아섰다는 점은 이를 저가매수 시점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시장 쇼크 가능성을 부정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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