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사진) 상근 부회장이 11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손부회장은 이날 "손길승 회장과 친구 관계(진주중학교 동기)로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불편한 일이 있을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손 부회장은 전경련 산하 국제경영원 원장으로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손 부회장의 사의에 대해 뜻밖이라며 놀라는 표정이다. 7일 열린 전경련 총회에서 손 회장의 추대에 이어 손 부회장의 유임이 결정돼 재계는 '손-손 체제'가 50년간의 우정을 바탕으로 강력한 콤비플레이를 전개, 재계현안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손 부회장의 퇴진은 표면적으로는 손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총회에서 유임이 결정된 뒤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친구로서 손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 지난 주 워크숍이 끝난 뒤 교육사업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대 전경련 부회장 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 '회장을 대행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손 부회장의 퇴진에는 다른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파문 등으로 빚어진 전경련과 신 정부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10일 손길승 회장을 만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재계와 인수위의 갈등관계에 언급하면서 "개인적인 견해를 가지고 한 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부분이 손 부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전경련 공채 출신인 손 부회장은 97년 2월 고 최종현 SK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과 함께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김우중 회장의 중도하차, 김대중 정부의 재벌정책으로 인한 재계 오너의 전경련회장 기피로 어려움을 겪던 전경련을 사실상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임은 외부 인사의 기용설과 함께 정태승 전무와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의 내부 승진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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