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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카드 "뜨고" 직불카드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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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카드 "뜨고" 직불카드 "지고"

입력
200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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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신용카드이지만 일정 한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변종 신용카드'라고 할만한 선불(先拂)카드와 직불(直拂)카드 사이에 요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은행들이 주로 발급해 온 직불카드는 최근 몇년 사이 이용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갈수록 퇴조하고 있는 반면 이 자리를 새로운 감각의 선불카드가 차지하고 있다.쇠퇴하는 직불카드

직불카드는 '외상구매'를 하는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사용자 자신의 예금잔액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것이 특징. 카드 이용 즉시 이용대금이 결제계좌에서 인출되기 때문에 외상구매에 따른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능력을 벗어난 과소비의 염려도 없다.

거의 모든 은행들이 현재 현금카드 겸용형태로 발급하고 있으며 전문 카드사들도 은행과 제휴해 은행 예금자를 위한 직불카드(체크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는 소득공제율이 현행 20%에서 30%로 상향조정되는 등 세금혜택도 크게 늘어난 상태.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권장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직불카드 이용액은 도입 첫해인 1996년 338억원, 97년 571억원, 98년 636억원, 99년 981억원, 2000년 1,064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이후 2001년 1,000억원, 지난해 800억원으로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96년 66만건에 달했던 이용건수도 99년 189만2,000건을 정점으로 2000년 178만6,000건, 2001년 160만건, 지난해 120만건 등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해 직불카드 이용액과 이용건수는 신용카드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직불카드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금융결제원을 거치는 별도의 전산망을 깔아야 하는데다 가맹점 수수료가 신용카드보다 훨씬 낮은 1%대여서 업소나 금융권 모두 꺼리고 있기 때문.

카드 사용자 입장에서도 전용 가맹점이 전국적으로 35만 곳에 불과해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사용상 제약이 많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혜택을 아무리 늘린다고 하더라도 사용상 불편한 점이 많아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각광받는 선불카드

선불카드는 미리 돈을 충전한 뒤 충전된 한도 내에서 결제를 하는 방식. 예금계좌 한도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직불카드와 개념은 비슷하지만 기존의 신용카드 가맹점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범용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카드처럼 놀이공원 무료입장, 인터넷 영화예매 할인 등 각종 부가서비스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과소비와 신용불량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자녀 용돈용으로 선불카드를 찾는 부모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충전식 선불카드인 삼성카드의 '올앳카드'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회원수가 12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일반 신용카드 이상의 사용빈도를 자랑하고 있다.

선불카드의 인기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백화점 상품권과 유사한 '기프트카드'. 지난해 삼성카드가 첫 선을 보인 뒤 한해 동안 무려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선불카드의 확산에 커다란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지난 해말 LG카드가 비슷한 형태의 'LG기프트카드'를 출시, 1월에만 112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3월에는 외환카드가 '외환 기프트카드'을 내놓기로 하는 등 후발주자들의 가세로 시장은 올해 3,000억원 대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 카드사 관계자는 "기프트카드는 전국 200만 카드가맹점에서 신용카드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고 미리 입력된 액면 금액만큼만 사용이 가능하므로 계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며 "직불카드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능까지 있어 머지않아 직불카드의 자리를 완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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