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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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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큰 딜레마가 있습니다. '알림'과 '보존'의 충돌입니다. 자연 속에 묻혀 있던 것을 세상에 알리면 사람들이 찾게 되고, 그 수가 늘어나면 결국 망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갖은 고생 끝에 험한 오지를 찾아 기사를 쓴 후 때로 크게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그러나 알림과 보존이 반드시 충돌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가지 예를 들까요, 첫째는 영월의 동강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몰랐다면 동강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강물을 가로지르는 영월댐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일 것입니다. 생태계와 경관과 맑은 물이 모두 사라졌겠죠. 알려졌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반대했고 그래서 보호받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둘째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강원인제의 진동리입니다. 설피마을과 곰배령이 있는 곳으로 이제는 꽤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산골짜기에 양양 수력발전소라는 구조물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숲을 밀고 너른 길을 냈고, 산등성이는 파헤쳐져 붉은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있었고 결국 개발의 논리에 산천은 망가졌습니다.

웅도는 참으로 묘했습니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서해안의 다른 섬 관광지처럼 형형색색의 간판을 단 위락시설과 흥건한 놀이문화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전혀 달랐습니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마을은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즈넉했습니다. 게다가 갯벌에는 소달구지라니.

한참 갈등했습니다. 웅도까지 이르는 길은 사실 굴뚝길입니다. 고대공단, 당진화력발전소 등 온통 연기를 뿜어내는 것 뿐입니다. 석문·대호방조제도 있습니다. 두 방조제를 만든 개발의 논리가 혹시 웅도가 떠 있는 가로림만을 막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찾아 직접 보고 지켜야 합니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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