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5조원 규모로 커진 국내 식품시장에 토종 브랜드 파워가 거세게 일고 있다. 식습관의 서구화 추세와 중국산 농산물의 저가 공세로 외국산 식품들이 봇물 터지듯 밀려오고 있지만, 우리 땅 구석구석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하여 전통의 맛을 되살리고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된 토종 먹거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농림부의 조사에 따르면 99년 3,215개이던 농산물 브랜드는 2000년말 4,701개로 50%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특허청에 등록된 브랜드는 1,243개(26.4%)였으며, 여러 출하 조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동 브랜드는 619개(13.2%)로 집계됐다.이들 토종 식품 브랜드들은 농약과 비료를 적게 치고 중금속 오염이 없는 청정지역에서 자연농법으로 생산되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겸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 개방이 본격화하는 시점이어서 외국산과의 경쟁에 맞설 유일한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협이나 관련업체 등 농산물 생산업체는 물론 지자체 등도 지역 특화 농산물 개발에 적극적이어서 토종 브랜드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강원지역에선 철원 동송농협의 '신선오대쌀'과 이천의 '임금님표쌀' 등이 대표적인 토종 지역 브랜드 농산물이다. 신선오대쌀은 중금속 오염이 전무한 비무장지대의 맑은 물과 기름진 땅에서 경작되는 국내 최고의 미질(米質)로 청와대에 납품되고 있다. 임금님표쌀은 강우가 풍부하고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으로 밥맛이 아주 좋다.
충청지역에서는 '음성 청결고추'가 대표적. 배수가 잘되는 사질 토양에서 재배되어 매운 맛과 향기가 강하다. 껍질이 두터워 고춧가루도 많이 나온다. 충남에서는 '청풍명월쌀'이 나온다. 밥맛이 좋아 CJ주식회사 '햇반'의 원료로 쓰인다.
호남에서 나오는 것으로는 고창 무장농협의 '황토특미'와 '나주 배'가 잘 알려져 있다. 황토특미는 고창평야의 황토 대지와 청정수로 계약재배되며, 전 프로야구 선수 선동열씨가 홍보대사로 나서 더욱 유명해졌다. 나주 배는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자라 과실의 당도가 높고 육질이 부드럽다.
영남의 대표 브랜드에는 '의성 황토쌀'과 부산의 '이온쌀'이 있다. 황토쌀은 황토의 기름진 땅에 개량된 품종으로 재배한 것이며, 이온쌀은 이온수 냉장 특수공법을 이용하여 오래도록 햅쌀의 맛을 유지시켜 준다.
이밖에도 토종 한약재나 야생식물 등을 이용한 다양한 기능성 건강식품도 속속 개발돼 인기를 끌면서 지역의 토종 브랜드 식품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송강섭기자 speci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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