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사의 느닷없는 신용전망 하향 조정으로 11일 국내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증시는 이날 낮 발표 시점 직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등하는 '롤러코스트' 장세를 보였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 때 전날 보다 22원 이상 오른 1,214.50원까지 치솟았다.증시, 급락 후 반전
전날 뉴욕증시 반등이 호재로 작용하며 상승 출발한 증시는 한때 8포인트까지 상승했지만 무디스 발표가 나오자 급락세로 반전됐다. 이에 따라 오전 11시34분께 585.71포인트를 기록했던 종합주가지수는 12시46분 561.69포인트로 급락, 장중 고점 대비 한 시간여 만에 무려 24포인트 이상이 빠졌다.
그러나 피치사와 S&P가 우리나라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인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힌 데다, 충격이 희석되면서 개인 매수와 외국인·기관의 선물 순매수가 이어지며 지수는 장중 저점에서 반등세를 나타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발표 직후 대규모 매수세에 가담해 오후 들어 3,000억원 이상을 사들여 관심을 모았으나, 장 후반 들어 다시 물량을 풀어 결국 60억원을 순매도 했다.
기관 역시 오후 장 초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242억원을 순매도 했고, 개인만 26억원을 사들였다.
코스닥지수 역시 당초 반등세로 출발했으나 무디스 발표 시점부터 하향세를 보이면서 결국 전날에 이어 3일째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장세와 관련, "우선 우려했던 외국인 매도세가 본격화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냈다"면서도 "북핵 문제 급부상에 따라 향후 외국인 매매 동향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금리 큰폭 상승
무디스 발표에 외환시장은 즉각적인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원화가치를 끌어내리면서 원·달러 환율 폭등세로 이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70원 오른 1,202.0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중 소폭 상승, 1,204.00원으로 마감됐지만 무디스의 등급전망 하향발표 이후 열린 오후 장에서 한때 1,214.50원까지 치솟았다.
무디스 발표는 지난 주말인 7일부터 엔·달러 환율 오름세에 연동해 움직여온 원·달러 환율 상승가도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7일 외국인들이 주식 1,443억원 어치를 순매도, 달러로 바꿔 나가면서 시장의 달러 '사자'가 늘어나 환율은 7.10원이나 올랐다. 이어 10일에는 미국의 1월 중 실업률이 당초 예상(6%)보다 낮은 5.7%로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달러가 세계적인 강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미·이라크 전쟁 불안감이 다소 완화한 것도 달러강세에 탄력을 더해 원·달러 환율이 8.50원이나 상승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밖에서는 북핵 문제를 우리보다 훨씬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며 "그러나 환율이 최근 열흘사이 40원 가까이 올라 차익실현을 위해 달러를 내다팔려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환율 추가 오름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오전에 상승세를 나타내던 금리가 무디스 발표 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다가 장끝 무렵 추가로 올랐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에 0.04%포인트, 오후에 0.03%포인트 올라 연 4.75%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많이 떨어져 반등 심리가 강했던 데다 무디스 발표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돼 금리 오름세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