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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지방분권 준비는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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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지방분권 준비는 됐나

입력
2003.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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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27일부터 전국의 8개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고 있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전국순회토론회'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지역 민원의 장으로 변질돼 아쉬움을 남겼다. 가는 곳마다 참석자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보다는 민원성 질문을 쏟아내 노 당선자가 얼굴을 찡그릴 정도였다. 부산에서는 현재 공사 중인 신항 명칭을 부산-진해항으로 해달라는 민원이 제기돼 노 당선자로부터 "명칭이 뭐가 중요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광주에서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각 유치를 추진 중인 2012년 엑스포를 조정해달라고 요구했다가 "지역에서 협의해 조정할 사항 아니냐"는 질책이 이어졌다.지방분권은 이제 시대적 과제다. 대통령직 인수위도 이 주제를 10대 과제로 선정하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과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47%가 살고 금융거래와 조세수입의 70%가 몰려 있다는 것은 과도한 중앙집권과 서울집중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갈수록 피폐하고 있는 지방을 살리자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지방분권을 위한 지자체의 준비는 제대로 되고 있는가. 민선단체장의 비리와 전횡, 지방의원의 부패와 무능으로 자치단체는 지금 심한 불신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임기가 끝난 민선 2기 자치단체장 248명 가운데 뇌물수수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사법처리 된 단체장이 51명이나 된다.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그린벨트 해제 예정 용지 12만평을 매입한 혐의로 지난해 말 박성규 전 안산시장이 구속된 것은 자치단체장들의 도덕적 수준을 짐작케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민선 3기 자치단체장들도 학연, 지연 등에 따른 정실인사와 승진·보직이동 등을 둘러싼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세수입을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도박산업 유치에 나서면서 갈등과 각종 민원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와 강원 춘천시는 경정장을, 대전시는 경륜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너도나도 전국을 도박장화 하는 데 혈안이다. 전남도와 광주시는 서로 경륜장을 유치하겠다며 마찰양상 마저 빚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지방 분권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것은 자치단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지방 분권을 밥그릇 뺏기는 것으로 인식하는 중앙정치권에서는 늘 이러한 이유를 대며 지방 분권에 반대해온 것도 사실이다. 인수위 김병준 정무분과위 간사가 지난해 펴낸 '지방자치 살리기'란 책에서 "지방자치로 나라가 망했다는 소리에 화가 났다. 잘못된 상식과 억지논리, 그리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파렴치한 시도들을 보고 역사적 사명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밝혔듯이 더 이상 중앙집권론자들에게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기 혁신과 이를 가능케 하는 주민소환제와 주민발안제 등 주민들의 참여 보장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 충 재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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