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이라크전 개전 시에도 한반도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주일 미군 기지의 항공기 및 함정 재배치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미국과 일본 언론들을 종합해 보면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佐世保)기지에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추적함 두 척 중 하나인 인빈서블호가 1월 말부터 입항해 있다. 북한이 다음 단계 '벼랑끝 전술'로 일본 상공을 지나는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嘉手納)기지에는 4일부터 미국 네브라스카주의 오풋 공군기지에서 날아온 WC-135W 특수정찰기가 배치돼 있다. 특수정찰기는 핵 실험 유무와 핵 물질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또 E-6B TACAMO 통신지휘기도 4∼9일 가데나 기지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신지휘기는 폭격기를 지휘통제할 뿐만 아니라 원자력 잠수함에 탄도미사일 발사 명령을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한반도 주변 해역에 원자력 잠수함이 배치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가데나 기지에서는 이밖에도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RC-135s 정찰기가 지난주부터 야간 이착륙 훈련을 실시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7일에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항공모함 키티호크가 아라비아해로 항진명령을 받았고, 대신 미국 서해안에 있던 항공모함 칼 빈슨호에 일본 해역으로 이동명령이 떨어졌다. 또 괌 기지에는 B1과 B52 폭격기가 24대 배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더라도 한반도 주변 미군 전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차원에서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 소속으로 현재 이라크의 비행금지구역 감시비행을 하고 있는 F15 전폭기 10대의 공백을 메울 F15 8대가 지난 9일 알래스카 공군기지로부터 가데나에 도착했다.
도쿄(東京)도의 요코다(橫田)기지에서는 4일 민간인으로 분장한 미군 20여명을 한국의 오산기지로부터 C―130 수송기로 이동시키는 훈련도 실시됐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주한 미국인 대피 훈련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약 1만 7,500명에게는 15일부터 이동 금지 및 전역 연기 지시가 내려질 예정이다. 오키나와 미 해병대는 지난달 중순 사세보 기지 소속의 기습상륙함 에섹스호와 함께 상륙훈련을 마친 상태다.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는 일단 이라크 전선 투입이 유력하지만 '전 세계 기동타격대'로서 어디든 투입이 가능한 대기상태에 돌입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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