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 성폭력범 신상공개 시기상조 아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 성폭력범 신상공개 시기상조 아니다

입력
2003.02.12 00:00
0 0

성폭력은 한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반인륜적 범죄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피해자는 평생동안 몸서리 치는 악몽을 안고 살아야 한다.성폭력 범죄는 발생율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힘들 정도로 어둠 속에 숨어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신고율은 2.2∼6.1%에 불과하다. 피해자의 90% 이상이 가해자를 처벌해달라고 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현실이다.

낮은 신고율은 많은 문제를 낳는다. 동일한 가해자가 한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혹은 한 가해자가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을 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기지 않는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보면 직장 내가 22.1%, 친족이 12.4%, 데이트 상대가 9.7% 등으로 아는 사람에 의한 범행이 가장 많다. 여기에 더해 음란 출판물과 영상물의 범람으로 인해 형사상 미성년자(12세 미만) 성폭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제 성폭력을 예방하기위한 혁명적인 발상을 할 때가 됐다. 청소년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어 있지만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 미국 뉴저지주는 1994년부터 성폭력범의 신상관련 정보를 공개토록 한 뉴저지주 메간법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호주 남아공 캐나다 노르웨이 등도 일반인 또는 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를 갖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자신의 딸, 아내, 여자친구가 피해를 입었다면 일사 부재리 원칙을 내세워 법원의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해 행정처분으로 신상공개 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성폭력범을 조사해보면 우발적이거나 단순한 동기 보다는 계획적이고 상습적인 경우가 많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친족에 의한 성폭력이 급증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리적인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 장애인 등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상황이 절박하다.

특히 상습적 성폭력범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신상공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친다면 공정성 시비는 줄어들 것이다. 2회 이상의 성폭력범죄자, 2인 이상에게 피해를 입힌 범죄자, 친족 성폭력 범죄자 등을 우선 공개대상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급속하게 해체되고 있는 지금, 성폭력 범죄자의 신상공개라는 고강도의 처방은 결코 시기상조가 아니다. 이미 늦었다.

김 성 진 여성부 차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