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 해안도로 (제주 북제주군)북제주군 구좌읍 세화리는 제주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제주도의 해안이 대부분 검고 울퉁불퉁한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것과는 달리 이곳 해변은 하얀 모래밭이다. 그래서 물빛도 확연히 다르다. 청량한 푸른 빛이다. 굴곡이 심한 해안선을 따라서 그림 같은 도로가 나 있다. 종달리에서 구좌읍에 이르는 12㎞ 구간이다. 길 중간에 문주란 자생지인 란도와 토끼섬이 있다. 길은 한 개의 다리를 지나면서 계속 바다와 연이어 놓여있다. 멀리 소가 누워있는 형상의 우도가 보이고 맑은 파도가 밀려온다. 길 곳곳에 차를 세워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차에서 내리면 바로 모래밭이다. 어찌 이리도 고울까. 한 움큼 잡고 손가락 사이로 흘려본다.
세화 해변의 바닷색은 햇살의 양에 따라 농도를 달리 한다. 햇볕이 강렬하면 거의 투명한 옥색이다. 구름이 깔리면 색이 짙어진다. 비가 올 정도로 흐리면 짙은 코발트색으로 빛난다. 뭉게구름이 드문드문 지날 때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만들어낸다.
세화항 등대가 있는 곳에는 넓은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다. 현무암으로 쌓아놓은 검은 방파제, 그리고 하얀 등대와 파란 바다의 빛깔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밀려오는 파도에서 봄내음이 물씬 묻어난다.
섬진강 남쪽도로(전남 구례군, 광양시)
섬진강은 봄맞이강이다. 육지에서는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곳이다. 3월에 들면 노란 산수유를 시작으로 매화, 벚꽃이 차례로 핀다. 섬진강 하류 북쪽으로 아름다운 길이 나 있다. 지리산 남쪽을 감도는 19번 국도이다. 전남 구례읍과 경남 하동을 연결하는 이 도로변에는 명소가 많다. 화엄사, 쌍계사, 고소성, 악양벌판 등등. 그래서 이 길은 봄이면 붐빈다.
남쪽으로도 강변도로가 나 있다. 861번 지방도로이다. 섬진강을 잘 조망할 수 있는 구간은 구례군 토지면 파도리에서 광양시 다압면 신기리까지 약 25㎞ 구간이다. 구례동중학교 앞으로 양일교라는 다리가 놓여있다. 강 북쪽의 19번 도로에서 바라보는 섬진강과 남쪽에서 구경하는 섬진강은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19번 도로는 역광으로 강을 보는 반면 남쪽 도로는 완전한 조명을 받는 셈이다. 그래서 강물의 색이 더욱 푸르다.
양일교가 보이는 노변공원과 강가로 내려갈 수 있는 간이공원에서는 차에서 내려 강물을 감상해야 한다. 양일교가 보이는 공원에서는 일몰이 아름답다. 다리 너머로 해가 진다. 강물이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든다.
변산반도 일주도로(전북 부안군)
'춘변산, 추내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변산반도의 봄풍경은 유명하다. 전북의 곶부리 변산을 빙 둘러 일주하는 도로는 30번 국도이다. 부안읍에서 출발해 줄포까지 이어진다. 30번 국도는 명소에 둘러싸인 도로이다. 일단 부안에서 출발한다. 바다가 보이는 순간 부안온천이 눈에 들어온다. 국내 유일의 해변온천으로 변산온천이라고도 한다. 1996년 개장했다. 온천을 지나면 거대한 구조물이 바다를 향해 끝없이 뻗어 있는 것이 보인다. 유명한 새만금 방조제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이곳에서 출발해 고군산열도에 닿았다가 다시 군산으로 이어진다. 구불구불 바닷가 언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변산해수욕장이 보인다. 해수욕장 옆 언덕 위에 팔각정이 있어 해안을 때리는 파도를 볼 수 있다. 분재같이 나무를 이고 있는 작은 섬 하도가 파도 위에 떠있다. 더 남하하면 채석강. 책을 쌓아놓은 듯한 거대한 해안 바위이다. 물이 빠졌을 때 도착해야 바위를 빙 돌며 감상할 수있다.
채석강에서 길은 내륙과 해안을 오간다. 반도의 남쪽 모퉁이를 돌면 내소사.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내소사에 이르는 전나무길이 명물이다. 아침 일찍 이 길을 걸으면 나무의 향기에 취한다. 길 끝에 있는 내소사는 고풍스럽고 위엄이 있다.
영덕 해안도로(경북 영덕군)
교통의 오지였던 영덕은 '좋지만 가기 힘든곳'이었지만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면서 '힘들더라도 가야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영덕에는 드라마 촬영지인 강구항 등 볼 것이 많다. 그 중 바다의 내음을 깊이 들이켜면서 여행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명물이 있는데, 바로 20번 지방도로이다. 강구항에서 출발해 대진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40㎞ 구간의 긴 해안도로이다. 길이 시작되는 강구항에 잠시 멈춘다. 익히 알려진대로 강구항은 영덕 대게의 집산지. 아침이면 대게잡이 어선들이 포구를 가득 메우고 게를 쏟아낸다. 20번 도로는 울퉁불퉁한 해안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좌우로만 굽은 것이 아니라 상하로도 굽었다. 바닷물과 거의 수평으로 지나다가 갑자기 솟구쳐 해안절벽위로 올라선다. 해안절벽을 따라 산책로를 냈고, 등대도 세워놓았다. 사진을 찍기에 그만이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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