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춘식(37·사진)씨의 첫 평론집 '불온한 정신'(문학과지성사 발행)은 1990년대 시의 지형도이다. 독특하게도 시인론이나 작품론은 실리지 않았다. "평론집의 전체적인 틀이 90년대 시의 전반적인 지형과 징후, 그리고 가능성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형태로 짜여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에 따르면 90년대 이후 시문학은 한번도 문단의 중심에 위치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나 90년대는 어느 때보다도 시인들의 치열한 시 정신이 돋보였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불우하지만 '불온한 자존심'으로 시 정신을 불태운 시인들에 의해서 평론집이 쓰여졌다"고 말한다.
90년대 시는 어떻게 규정되는가. '시란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듯해 보이는 질문을 반복함으로써 정체성을 가질 수 있었다. 말하자면 본질적 문제를 탐구했다. 위기의 시기에 닥쳐 그 위기의 근원을 좇았던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 의미가 됐다. "90년대 후반의 시단에서 존재에 대한 회의와 환멸, 글쓰기에 대한 의심과 자기검열은 뚜렷한 특징을 지진 중심적 경향"이라고 김씨는 동시대 시의 징후를 밝힌다.
변방의 장르임에도, 죽음이 운위되는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내다보는 시의 앞날은 절망적이지 않다. 시 정신은 "시에서 아름다움을 찾지 않고 진리를 구함으로써 진정한 아름다움의 세계에 이르려는 것"이다. 지극히 원론적인 예언일지도 모르지만 진실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21세기 시가 구원 받을 수 있는 길이다.
김씨는 이 평론집으로 한국문학평론가협회(회장 홍기삼)가 제정한 제4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15일 오후5시 동국대 학술관 덕암세미나실에서 열린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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