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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정기 자료 비판적 해석해야"/"미군정 자료 연구" 펴낸 정용욱 정문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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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정기 자료 비판적 해석해야"/"미군정 자료 연구" 펴낸 정용욱 정문연 교수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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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정기 자료 기록은 미국의 점령 통치가 고도의 정치 목적 아래 진행되었다는 사정을 감안, 자료 교차 검토 등을 통해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중요합니다."지난해 8월까지 1년 동안 미국 하버드대 하버드-옌칭 연구소 객원교수로 지내면서 미 국립문서관과 육군 군사연구소 등의 한국 자료를 연구하고 돌아온 정용욱(鄭容郁·43·사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가 최근 그 결과를 '미군정 자료 연구'(선인 발행)로 펴냈다. 1990년대 초에 역시 1년 남짓 하버드대 연구원으로 머물며 자료 조사 활동을 벌였고, 이후 3년에 한 번 꼴로 미국을 방문해 국립문서관을 뒤진 십 수년 간의 땀이 담긴 책이다.

한국 현대사, 그 중에서도 미 군정기 연구에 몰두해 온 정 교수의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온전한 문서 해제 없이 미 국립문서관에 상자 단위로 보관된 군정기 한국 자료의 개요를 일목 요연하게 정리했다. 미 군정 통치 관련 기초 자료인 '미 육군 24군단 정보참모부 군사실 문서철'은 87년 재미 사학자 방선주씨가 해제를 국내에 소개했으나, 이번에는 여기에 하지 장군 문서철, 미소공동위원회 문서철, 유엔한국임시위원단 문서철 목록 등과 주요 내용이 추가됐다.

또 하나는 미국측 자료에 대한 사료 비판의 필요성이다. 정 교수는 군정기 주한 미군 공보부 출판과 과장과 여론조사과 과장을 거쳐 군사실 군사관으로 '주한 미군사' 한국 정치편을 집필한 로버트 로빈슨을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 미군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로빈슨이 '레드 퍼지'(Red Purge·좌익 척결) 형식으로 49년 초 한국에서 쫓겨난 이후 '미국의 배반'(Betrayal of A Nation)이라는 주한 미군사를 썼다"며 "그 책 서문에서 자기가 본 자료의 70%가 거짓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런 예가 "자료에서 사실과 작성 의도를 분리해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80년대 중반 이후 불기 시작한 소장 학자들의 한국 현대사 연구 붐이 최근 시들해졌다고 안타까워 하는 그는 이번 책이 "관련 학자들의 수고를 덜고, 편협한 자료에 매몰되는 오류를 피하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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