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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계급, "슬픈 인도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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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계급, "슬픈 인도여성"

입력
2003.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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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억 2,600만 명의 인도에서 여성은 몇 명일까. 정상적인 성비(性比)라면 대략 5억1,000만 명 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많은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하지만 인도 여성인구는 4억9,500만 명으로, 남성 5억3,100만 명에 비해 3,600만 명이나 적다.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존재해야 할 이들 3,600만 명의 인도 여성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인도의 뿌리 깊은 남아선호 관습에 대한 최근 기획기사에서 여아 낙태의 만연, 부모의 여자 유아 살해, 가족과 사회의 차별을 견디지 못한 여성들의 자살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인도의 남아선호 배경에는 무엇보다 결혼 지참금 문제가 걸려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 17, 19세 세 자매가 부모의 지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살한 사건을 소개했다. 골카타(옛 캘커타)에서는 40대 목재상이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인과 5명의 딸을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초음파 검사 등 태아 성감별 방법이 발달하면서 최근 10년간 인도에서 여아 선별 낙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인도 여성의 결혼 지참금은 평균 1만 5,000루피(한화 약 400만원)로, 한 가족이 한 푼도 쓰지 않고 5년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낙태에 드는 비용은 초음파 검사 비용 600루피를 포함해 950루피면 된다. 지참금에 비하면 낙태 비용은 아무 것도 아닌 셈이다.

2001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인도의 남녀 성비는 남자 1,000명 당 여자 933명으로, 미국 1,029명, 인도네시아 1,004명, 브라질 1,025명에 비해 여성 비율이 크게 낮다. 아이들은 더욱 심하다. 6살 이하 아이들의 경우 1991년에는 남자 1,000명 당 여자 945명이었으나, 2001년에는 927명으로 떨어졌다.

남아 선호는 학력 및 소득 수준과 관계가 없다. 펀잡이나 하리야나 같은 부유한 지방에서 성비 불균형은 더 심하다. 또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성차별이 심해 계급제도인 카스트의 상부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만이나 크샤트리아의 여성 비율은 훨씬 낮다.

성비 불균형 심화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신부감 부족으로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어린 여성과의 결혼이 이미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여성 납치 감금 매매 등 심각한 사회문제도 우려된다. 인도 정부는 1994년에 결혼지참금과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으나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남아선호가 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대체로 공통된 현상이며 중국에서도 매우 심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출산 제한이라는 정부 정책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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